외국에서 호텔에 숙박을 하게 되면 웬만한 규모의 호텔인 경우 대부분 아침 식사가 제공됩니다. 이때 예약확인서에 ‘컨티넨탈’ 아침 식사라는 표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요. 여기서 ‘컨티넨탈’은 ‘유러피안’의 의미라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컨티넨탈’ 아침 식사는 대개 가벼운 음식, 예로 커피 또는 홍차, 크로아상 같은 빵류, 그리고 작은 크기의 잔에 담긴 과일 쥬스 정도이지요. 이외에도 계란, 베이컨 또는 소시지, 해시브라운, 거기에 와플까지 나오는 ‘아메리칸’ 아침 식사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간단한 메뉴인 셈입니다.


  유럽 사람들이 아침 식사를 가볍게 하는 데는 미국 사람들과의 다른 생활습관이 이유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유럽 식당들은 저녁 8시나 되어서야 저녁 식사를 위해 식당문을 여는데요. 그렇다보니 유럽 사람들은 대부분 늦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그만큼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늦을 수밖에 없겠지요. 이에 비해 미국 사람들은 훨씬 일찍 저녁 식사를 하고 비교적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입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미국 사람들은 아침 식사를 배불리 먹게 되고, 반면에 유럽 사람들은 가벼운 아침 식사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처럼 ‘컨티넨탈’이라는 표현이 유러피안을 뜻하게 된 연유는 15세기~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유럽 사람들이 해양으로 진출을 하면서 비로소 유럽을 ‘대륙’으로 인식하게 됐고, 이때부터 ‘유럽 = 대륙’이라는 인식이 유럽 사람들이 공유하는 유럽이념의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외국인들과 서양식으로 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그들의 식사예법을 알고 있는 것은 좋은 인상을 주는데 도움이 됩니다. 고기를 나이프로 썰 때 매번 나이프와 포크를 바꿔 잡는 ‘아메리칸’ 스타일은 그대로 바꾸지 않고 식사하는 ‘유러피안’ 스타일과 구분됩니다. 식사 도중에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때, 웨이터에게 접시를 치우지 말아달라는 ‘무언의 표시’로서 나이프와 포크를 접시의 오른쪽 아래에 45도 정도로 벌려놓는 것이 ‘아메리칸’ 스타일이고, 나이프와 포크를 서로 교차해 놓는(criss cross) 것이 ‘유러피안’ 스타일이지요. 식사가 끝났음을 알리기 위한 표시는 두 스타일 모두 나이프와 포크를 10시 20분 방향으로 가지런히 놓는 것입니다. 단, ‘아메리칸’ 스타일은 포크의 날이 위로, 그리고 ‘유러피안’ 스타일은 아래로 향해 놓는 차이는 있습니다.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첫 인상을 만들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는 없다’는 서양의 격언을 떠올리면 이만한 번거로움은 감수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잘 지켜지진 않지만, 어른이 수저를 들면 아랫사람도 식사를 시작하고, 음식을 짓기 위해 들인 공을 헤아리고, 또 그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살피라고 가르친 우리 선조들의 식사 예절도 서양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 겁니다.

백훈 교수(국제관계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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