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장을 구가하던 동아시아 경제권이 하루 아침에 `쑥밭'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7월 태국 바트화의 폭락으로 촉발된 통화위기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까지 급속히 확산됐으며 경제적으로 높이 평가받던 싱가포르와 대
만까지 무너뜨렸다. 현재 그 불길은 더욱 거세져 세계 외환보유고 3위인 홍
콩에서 우리나라까지 번지고 있다.

얼마전까지 국제사회에서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었던 동아시아 경제가 갑작스
레 표류한 원인에 대해선 여러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다.가장 설득력 있는 분
석으로 `중국 요인'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요인'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동아
시아 위기를 촉발시킨 동남아 경제가 중국상품에 밀리면서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되고 경상수지가 악화되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대부분 달러화에 연동된 동남아 통화는 최근 1, 2년 사이 달러와 함께 통화가
치가 계속 상승해 온 반면 중국의 경우 지난 94년 1월 외환제도 개혁으로 달러
화에 대비해 중국원화를 35%나 절하시켰고 수출업계에서 17%의 조세경감
조치를 취함에 따라 중국가격의 상품이 사실상 약 4분의 1로 낮아졌다. 이 때
문에 수출경쟁력이 동남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동남아 통화는 그동안 꾸준한 수출증가세와 외국의 투자자금 유입으로 지
탱되어 왔으나, 수출과 투자자금이란 두 기둥이 `중국 요인'으로 무너짐으로
써 지난 7월부터 외환위기가 발생했다는 분석이다.또다른 분석은 경기순환에
따른 자연스런 `조정국면'이라는 것이다. 경기순환론은 최근 아시아 경제위
기가 수출부진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95년 중
반 이후의 달러화 강세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달러화 대 엔화
환율은 지난 95년 달러당 79선에서 최근에는 1백20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
은 달러화 강세는 달러화에 연동돼 있던 동남아 통화의 고평가를 유발하여
동남아 국가들의 수출부진과 경상수지 악화를 낳았다.

이와 달리 아시아 경제위기가 구조적인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상존한
다. 아시아 경제에 족쇄가 되고 있는 구조적 요인으로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
및 개입, 비효율적인 금융시장, 관료주의 및 부패 등이 주로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이나 재벌과의 유착관계로 경제논리와 무관한 정부의 산업정책이나 권
력층, 또는 대주주의 이해에 따라 자금배분이 왜곡되는 금융기관의 구조 병폐
가 위기를 가속화시켰다는 것이다.

문제는 동아시아지역의 경제침체가 언제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
다. 전문가들은 동남아 국가들의 기초 경제여건이 지난 94년 외환 위기 당시
의 멕시코에 비해서는 양호하다는 점을 들어 멕시코처럼 심각한 지경에 이르
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다만 95, 96년동안 비교적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를 내고 있는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경우 기초 경제여건이 단
기적으로는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동남아에서 시작된 이번 통화
위기는 동아시아 전체로 확산되면서 당분간 외자조달에 많은 어려움이 따르
겠으며 동시에 금리 폭등으로 앞으로 1, 2년간은 성장둔화와 물가상승 압력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김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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