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국제무역론을 강의하던 경제학부 홍기택 교수가 산은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일부 수강생의 원성을 사고 있다. 동일 시간에 해당 강의를 대체할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해당 분야 주 전공 강사를 구하지 못한 경제학부는 학생들에게 수강 취소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유사 전공자를 강의에 배정하는 선에서 혼란을 봉합했다.
 

  물론 홍기택 교수가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임명된 일은 축하를 보낼 일이다. 중앙대 교수가 거대 투자은행 그룹의 수장이 되어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소임을 다하는 건 대학의 사회적 기여란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갑작스런 임명으로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정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교수의 본분 중 하나인 교육활동에 책임을 완수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후임자 물색에 책임을 다하고 본인이 직접 수강생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교육자의 도리에 맞는 일이다.
 

  한 때 한국의 대학은 폴리페서로 몸살을 앓았다. 이제는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되어 대학 내부에서 자정작용을 할 여력이 충분하다.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이 올해 초 교수직을 사임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작용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출마선언을 종용받던 한 교수는 해당 학기 강의를 마무리 짓는 게 우선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선출직과 임명직의 차이를 무시할 순 없으나 대학 교수의 교육활동에 책임을 강조하는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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