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을 열 타이밍이다. 이번학기 주기자의 수첩을 꺼내들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칼럼은 안성캠 학생회 투표율이 75%로 까지 달할 수 있었던 이유를 찾으려 하면서 쓰게됐다.


  이유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겠지만 투표율이 높았던 건 양측의 후보자들이 마련한 공약들이 학생들에게 충분한 호소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난주에 양측 후보자들에게 공약 중심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감히 말하지만 양측의 후보자 모두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파악하고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이들 공약은 결국 학생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낄 공약들 위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런 선거에도 아쉬운 점은 많았다. ‘우리’ 선본이 유세기간 공약집에 명시한 자료가 허위라는 의견이 제기돼 선거관리지도위원회가 지난주 수요일에 열렸다. 최악의 경우 후보자의 자격 박탈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학생간 해결해야 할 사안이 본부의 관할이 된 것이다.


  더불어 학생들에게 특정 후보자에게 투표한 이유를 물어보면 후보자들의 공약보다는 단순히 후보자를 ‘비권’, ‘운동권’의 이분법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예술대학 학생은 “운동권 후보가 뽑히지 않으면 예술대의 절박한 상황을 본부에 요구할 수 있을지 우려돼 우리 선본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다른 경영경제대학 학생은 “운동권 학생회가 싫어서 일잘하는 총학생회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심심치 않게 곳곳에서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는 학생들의 얘기도 떠돌고 있다.


  다행히 선거는 높은 투표율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부터 삐걱되기 시작한 면이 있다. 과연 이번 학기에 무산된 전체학생대표자 회의가 다음학기부턴 잘 진행되고 모든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이번주 취재를 통해 특정 집단 구성원만의 생각과 절실한 사정을 이해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취재 과정에서 ‘예대 학생들의 어려운 사정을 잘 듣고 기사에 실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기자는 다른 단과대 출신이어서 그랬는지 예술대 학생들이 큰 비용 부담을 안으며 졸업작품에 모든 것을 거는게 진심으로 이해하긴 어려웠다.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기사였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이번에 출마했던 각 후보자들도 서로의 공약이 각 구성원이 겪는 수업권, 복지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며 출마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거가 깔끔이 진행되지 못한다면 그 좋은 공약들도 전부 무효화될 수 있다. 더불어 학생회가 단순한 편가르기가 된다면 서로를 진심어리게 이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번 선거는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선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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