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분교 통폐합을 하면서 흑석캠퍼스 내 재학생 수가 급작스럽게 늘어났다. 수업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강의실 및 휴식 공간 등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학생지원처(이하 학생처)는 학생회관에 있는 여학생 휴게실의 규모를 줄이고 남녀공용 휴게실을 만드는 계획을 세웠지만, 다행스럽게도 예산 부족으로 계획이 무산되어버렸다. 하지만 여학생 휴게실을 축소시키려고 했었다는 사실 자체는 달갑지 않다. 이런 해프닝이 일어나는 중앙대학교, 과연 얼마나 성평등 하다 할 수 있는가?


  여학생 휴게실의 가장 큰 목적은 여학생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즉, 생리기간을 위한 휴식 공간 마련은 필수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서 여학생들이 과방, 동아리방에서 누워 있거나 편안히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였을 때 여학생들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다들 절감하는 부분이다. 현재 흑석캠퍼스 내 여학생 휴게실은 학생회관, 의과대학에만 있다. 안성캠퍼스에는 각 단과대 건물마다 여학생 휴게실이 있다는 것과 비교했을 때, 이 수는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사용자 수가 많은 때는 휴게실 내 자리가 없어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침대 당 2명씩 잠을 자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여학생 휴게실을 축소한다는 것은 여학생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훼손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이렇다 하여 ‘남학생들의 휴식권은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남학생들을 위한 나름의 휴식 공간 또한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학생 휴게실 규모를 줄이는 것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것과 같지 않은가.


  덧붙여 여학생 휴게실 관리는 총여학생회의 소관으로서, 학생처의 위와 같은 계획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현 총여학생회 회장자리가 공석이기는 하지만, 여학생 위원회가 이의 업무를 대리하고 있다. 즉, 여학생 휴게실과 관련된 업무는 적어도 여학생 위원회와의 협의 하에 이루어졌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생처에서 일방적으로 여학생 휴게실의 축소 여부를 결정했었다는 것은 학생들의 기본 자치권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학생처에서 휴식공간을 늘리겠다는 ‘나름의’ 좋은 목적을 가지고는 있었으나, 이러한 태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집단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에서 성평등 지수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108위로 필리핀, 방글라데시보다 낮은 순위로 나타났다. 여성 대통령 후보가 선출돼 ‘이제는 한국 사회가 성평등 하다’고 이야기하는 것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순간 ‘108등’이라는 한국의 지위와 학교의 결정이 같은 맥락에 있다고 느낀 것은 나 뿐이었을까?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물어보고 싶다. 과연 학내 성평등은 정말로 실현되었는가?

백시진 전 총여학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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