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가득찬 세상입니다. 오는 12월 19일 진행되는 제 18대 대통령 선거 때문입니다. TV를 틀어도 신문을 펼쳐도 온통 선거 얘기뿐입니다. 향후 5년간 나라를 이끌어 갈 인물을 뽑는 중요한 투표인만큼 국민들의 관심도 지대합니다.

 예비 사회인인 대학생도 이번 선거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유권자들입니다. 지난해 한국 사회를 휩쓴 반값등록금 열풍과 ‘88만원세대’와 ‘청춘’등 몇가지 키워드로 상징되는 20대에 대한 전세대적인 관심은, 정치권이 그간 소외되어왔던 20대를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선거가 가까워져옴에 따라 등록금 대책을 비롯한 대학생 관련 공약도 물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주목에 화답하듯 대학생들도 정치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소속인 안철수 후보가 쟁쟁한 정당정치인과 치열한 각축을 벌이는 것도 젊은 세대의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요즘 제 주변도 온통 선거 얘기뿐입니다. 각자 지지하는 후보가 왜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갑론을박을 벌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사람은 이래서 안된다. 이 사람은 이래서 된다는 각자의 논리를 치열하게 전개하곤 합니다.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치열한 갑론을박 속에서 그 누구도 공약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직은 조용하지만, 중간고사가 끝난 후부턴 중앙대에서도 총학생회장과 단과대 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대표자를 뽑는 선거가 진행됩니다. 이때 즈음이면 중대신문 기자들도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학내를 돌아다니곤 합니다.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벌써부터 누가 나올 것 같다던가 하는 카더라 통신도 떠돌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말 진행된 총학생회장 선거는 4파전이었습니다. 투표율도 재작년에 비해 상승한 57%를 기록하는 등 학생들의 관심도 뜨거운 편이었습니다. 후보들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에 대한 관심은 신통치 않았습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자신이 투표한 후보의 공약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매우 적었습니다.

 여의도만큼이나 중앙대의 선거판도 진영논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곳입니다. 이른바 ‘운동권’과 ‘비권’의 대립은, 제가 입학한 이래로 쭉 이어져왔습니다. 학내 사안에 관심이 있거나 선거를 눈여겨 보는 학생들도 대부분 이러한 진영논리에 휩싸여 표를 던지곤 합니다. 온·오프라인에서 펼쳐지는 ‘권’과 각 진영을 옹호하는 지지자들의 싸움은 지켜보는 이들에겐 좋은 구경거리입니다. 덕분에 중앙대 선거판은 ‘얘네는 안된다’는 논리만 가득합니다.

 매년 말이면 중대신문엔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대표자들의 공약 이행률을 점검하는 기사가 실립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단 한번 공약을 성실하게 이행한 총학생회는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초등학교 총학생회장 선거의 단골 공약인 “하얀 우유를 초코 우유로 바꾸겠습니다”가 생각났습니다.

 공약(公約)은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이행할 것을 다짐하는 공적인 약속을 의미합니다. 올해 치뤄질 대통령 선거와 총학생회장 선거 후보자 모두 유권자와의 약속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주제가 주제인만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바보야, 문제는 공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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