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인문사회계열이 교육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준비한 ‘법고창신 인문학강좌’의 두 번째 강의가 법학관 지하 1층 106호 강의실에서 열렸다. ‘옛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화할 줄 알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면서 옛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법고창신의 정신을 설명했던 첫 강의에 이어 이번 강의는 ‘자연학에서 인간학으로의 전환’을 주제로 진행됐다.
 

강의는 플라톤이 소크라테스의 사상과 모습을 대화형식으로 수록한 저술집의 일부를 인용하며 진행됐다. 소크라테스는 실존 인물이자 플라톤의 저서 속 주인공으로 사상사적 전환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인물이다. 강연을 맡은 강유원 박사는 “소크라테스가 자연학에서 인간학으로 어떻게 전환했는가, 전환한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그것이 오늘날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사상적 변화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당시 사상가들이 직면한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은 모두 격렬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사색을 하고 철학적인 실천을 이뤄냈던 사상가다. 두 사람은 펠로폰네소스 전쟁과 군중의 카오스적 결정(혼돈), 공리주의적 세계관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직면했다. 이들에게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체제를 정착하는 방법과 복잡하고 무질서한 군중들의 카오스적 결정을 질서있게 만드는 방법, 물질적인 욕구와 기준에서 벗어나 정신적, 불변적 도덕규범을 세우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요구됐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인간 내면으로 눈을 돌려 지금까지 자연을 대상으로 하던 철학의 관심을 인간문제로 전환하게 됐다.
 

강의에서 인용된 플라톤의 대화편 중 ‘파이돈’에서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어느 지점에서 사상의 전환을 맞게 됐는지 설명한다. 초기의 소크라테스는 자연에 관한 탐구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였다. 자연물이 사물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것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이라는 개념을 물질적 기준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자연학이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을 설명해주진 못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두 번째로 인용된 대화편 중 ‘정치가’에서는 젊은 소크라테스가 측정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측정술은 인간의 행위가 가장 훌륭한 상태에 놓이도록 제대로 헤아릴 수 있게 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참된 앎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참된 앎은 이데아로부터 얻게 되는데 그 이데아는 인간행위에서 나오게 된다. 따라서 측정술을 통해 절대적 기준을 확립함으로써 플라톤은 군중의 카오스적 결정이 가져다주는 직접적인 무질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결과적으로 자연과학적 방법으로는 이 문제를 정확하게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자연학에서 인간학으로의 사상 전환을 이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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