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갈등 중 학생과 학교 측 사이의 갈등을 보도할 때에는 특히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집단 간의 권력관계가 은폐되고 대등한 입장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계설정의 오류는 독자들로 하여금 갈등 구도를 왜곡된 채로 받아들이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호에 실린 ‘주점 규정’과 ‘동아리실 사용지침’ 기사는 학생들의 주장을 변명 혹은 억지로 비춰지게 할 소지가 있었다. 첫 번째 기사는 제정된 캠퍼스 공간 규정을 어기고 주점을 강행한 예술대학원 학생들과 이에 대해 자발적인 협조를 요구하는 학교 측의 주장이 실렸다. 두 번째는 학교 측이 마련한 동아리실 사용지침 수용에 대한 학생들의 협조를 구하는 기사였다.
 

  기사의 내용대로라면 협조를 구하는 학교 측과 이를 수용 혹은 거부할 선택권이 있는 학생들 간의 문제로 해석돼버리는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이후 허용되지 않은 시간과 공간에 주점을 열거나 동아리실에 지침에 위반되는 물품이 존재하는 경우 해당 학생들은 신사적인 학교 측의 협조를 무시하는 이기적인 존재로 낙인찍힐 수 있다. 이런 구도는 학생들의 반박주장마저 변명으로 치부될 가능성을 만든다.
 

  하지만 이 구도는 역설적이다. 실질적으로 학생들은 학교 측이 마련한 공간규정과 사용지침을 수용하도록 요구받는 입장이다. 두 집단 간의 권력관계는 결코 학생들에게 유리하지 않으며 대부분 학교 측이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내를 중심으로 우리네 대학사회에서는 많은 갈등과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중대신문이 그 사건들을 보도할 때 주장의 대등한 나열만으로 이면의 사실들까지 담아내기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할 것이다. 혹은 보지 못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 진실을 전달하는 언론으로서 중대신문에게 학내의 불균등한 구조와 관계들의 재생산을 거부하고 해체하는 자세를 기대해본다.

오정근 중앙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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