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23일 시끄러운 축제의 함성 속에서도 약자를 보는 따듯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바로 제1회 인권문화제의 첫 번째 강연이었다. 강사로 초청된 송경동씨는 ‘시인은 가두어도 희망은 구속되지 않는다’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송경동씨는 이나영 인권센터장(사회학과 교수)과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에서 만난 인연으로 강단에 오르게 됐다.


 희망버스 기획자이자 2011년 신동엽 창작상을 수상한 시인 송경동씨는 자신을 ‘시인의 탈을 쓴 전문시위꾼’이라고 묘사한 일간지의 표현을 들며 강연을 시작했다. 송경동씨는 상을 받을 때보다 벌을 받을 때 기분이 더 좋다고 말하며 “신동엽 창작상을 받을 때는 무덤덤했지만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들을 땐 ‘잘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송경동씨가 기획한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파업사태 당시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과 조합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희망버스는 지난해부터 파업이 끝날 때까지 5차례에 걸쳐 운행됐다. 송경동씨는 “희망버스는 잠자리는 물론 물 한병도 제공하지 않은채 부산으로 내려주기만 하는 일명 ‘묻지마 버스’였다”며 “다소 불친절한 버스였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희망버스는 소외된 사람들이 손을 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희망버스’외에도 장애인들의 희망버스인 ‘희망트레일러’, ‘철거민버스’ 등 다양한 종류의 버스가 운행됐다. 송경동씨는 수많은 버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버스로 성소수자들의 ‘퀴어버스’를 뽑았다. 송경동씨는 “동성애자들은 그동안 사화적 약자 중에서도 편견에 의해 배제됐었다”라며 “하지만 퀴어버스에서 김진숙 위원이 그들을 ‘성소수자 동지’라고 말한 것이 그들에게 큰 힘을 주었다”라고 말했다.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만을 위한 버스가 아닌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의 장으로 확대된 것이다.


 일각에선 희망버스를 사회적 혼란을 일으키는 ‘절망버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와 같은 기간에 진행된 5차 희망버스는 국제행사를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영화인들이 희망버스를 돕기도 했다. 이처럼 희망버스는 힘든 시간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인 다수 시민들의 도움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


 강연을 마치며 송경동씨는 “프랑스 초등학교에서는 첫째로 불의에 저항하라, 둘째로 약자와 연대하라를 가르친다”며 “대한민국 사회는 참 못된 사회다. 이 사회속에서 기본적인 것들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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