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한국 현대수필의 이론 정립한
평가할 수 없는 위대한 존재


소박한 문체가 돋보이는 『생명』
피천득의 생명추구 엿볼 수 있어

번역
셰익스피어 소네트 전편 번역
소네트 6편을 시조형식으로 번안

 

  오는 25일은 ‘영원히 늙지 않는 5월의 소년’금아 피천득이 별세한 지 5주기가 되는 날이다. 한국 수필문학의 거목으로 불리는 피천득은 「인연」이 교과서에 실리면서 유명해졌다. 피천득은 1910년 5월 29일에 태어나 2007년 5월 25일 98세의 나이로 별세했으며 그의 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를 ‘자리에 욕심내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2008년에는 금아 피천득 기념관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 3층에 개관되었다.
 

  춘원 이광수를 통해 문학에 입문= 피천득은 1930년 『신동아』에서 등단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정호 교수(영어영문학과)는 “피천득은 1931년 『동광』지에 시 「편지」로 등단했다”고 주장했다. 『신동아』가 1931년 11월에 창간되었기 때문이다. 『동광』지는 이광수가 창간한 흥사단 기관지이다.
1947년에 『서정시집』을 시작으로 시집 7권과 수필집 5권을 출간했다. 피천득 전집에 있는 시집 『생명』과 수필집 『인연』은 지금까지 출간된 시집과 수필집을 정리한 책이다. 피천득의 마지막 작품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에 쓴 시 「붉은악마」다.
 

「인연」만으로 그를 알 수 없다= 피천득은 한국 현대수필 분야에서 더 이상 평가를 내릴 수 없는 존재로 각광받는다. 현대수필의 이론을 정립하고 창작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대표작 「인연」은 피천득 특유의 감성적인 문체가 느껴지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수필가로 유명하지만 피천득은 시인이자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시집 『생명』은 젊음에 대한 예찬으로 시작해 죽음과 늙음을 인식하는 상태로 끝난다. 수록된 시의 문체가 소박하고 동시적인 부분이 많아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다. 이만식 교수(가천대)는 “피천득의 시에서는 수사학적 장식없이 자신의 실제 자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번역가 피천득의 모습을 보여준 『셰익스피어 소네트시집』이 일반적인 번역이라면 『내가 사랑하는 시』는 심화된 번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소네트 6편이 엇시조 형식에 맞춰 번안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불필요한 수사어구를 제거함으로써 운율감 있고 한국인 정서에 맞는 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활동영역에 비해 연구논문은 적어= 번역가, 시인, 수필가로 활동했음에도 피천득은 학자들의 논문에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정민 교수(한양대)는 “피천득은 수필가로 주목받는다”며 “수필 분야를 연구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수필의 성격상 누구든지 쓸 수 있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다. 권영민 명예교수(서울대)는 “피천득이 별세한 지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록파, 생명파와 같은 계파활동에 참여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권영민 명예교수는 “피천득은 영문학자와 시인 수필가적인 측면에서 연구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에 생소했던 영미문학을 어떻게 한국에 수용했는지와 그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문체에 대해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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