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소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답니다.
  • 진민섭기자
  • 승인 2012.05.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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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 인쇄소에 학생들이 들어오면 이렇게 인사를 하곤 해요. 이 편지도 맨날 하는 인사로 시작하니까 아끼는 학생들에게 직접 인사하는 것 같네요. 반가워요. 저는 서라벌홀 2층 복사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은주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많이들 궁금해하는 점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고 싶어요. 사장님과 저는 부부 사이가 아니랍니다. 하하. 많은 학생이 저희를 부부로 알더라고요. 말해주면 학생들이 깜짝깜짝 놀라요. 부부는 아니지만 사장님하고 저는 벌써 6년째 일하고 있으니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어요.


학생들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 인쇄소에 오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요. 바로 스테이플러를 제가 다 찍어준다는 거에요. 학생들이 종이를 만지다가 손이라도 베이면 상처가 3일은 가거든요. 잘못 찍힌 심을 뺄 때도 웬만하면 다 제 손으로 빼주려고 해요. 그러니까 급하다고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다 해드릴게요.


발표를 앞둔 학생들은 특히 더 신경이 쓰여요. 그러면 보이지 않는 손이 또 발동해요. 발표를 앞둔 학생은 떨려서 그런지 실수를 많이 하거든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몇십 장으로 뽑는 일도 있고 여러 프린트가 섞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봐주고 “다 챙겼니?”라고 꼭 물어보고 나서야 보내요. 그래야 안심이 돼요. 이런 실수 때문에 혹시라도 발표를 망치면 안되니까요.


마지막 보이지 않는 손은 우리 인쇄소의 영업시간입니다. 주말에도 공부하러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꽤 많아 토요일까지 영업을 하고 있어요. 학생들에게는 유인물 한 장만 못 뽑아도 공부하는데 지장이 있잖아요. 토요일에 인쇄를 해야 하는 학생은 꼭 서라벌홀 2층으로 오길 바라요. 점심시간에도 물론 열려 있답니다.


인쇄소가 학생들이 보기에는 항상 바빠보일 수 있어요. 쉬는 시간이면 사람이 몰려 문밖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니까요. 하지만 항상 바쁜 건 아니에요. 학생들이 몰리는 쉬는 시간 10분 외에는 나름대로 한가해요. 한가한 시간에 찾아와서 같이 이야기도 나누면 좋겠어요. 그러면 더 꼼꼼히 챙겨줄 수 있을테니까요. 저는 오늘도 뒤에서 보이지 않는 손으로 인쇄물을 뽑아주고 있겠죠? 그럼 서라벌홀 복사실에서 봐요. 친구들!

2012년 5월 9일 서라벌홀 복사실 이은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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