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처럼, 우리(적어도 내가 아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스승은 모시는 주군과 낳아주신 아버지와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그림자조차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우리가 얼마나 스승을 마음속에서 귀히 여기고 있는지는 5월의 주요 기념일 중 하나인 스승의 날의 존재가 확인해준다. 기념일까지 제정해 그간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는 직업은 오직 선생님뿐이다. 한국에서 ‘선생님’이라는 단어는 직업을 지칭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수많은 선생님들 중 가장 정점에 서있는 사람은 교수다. 한국 사회에서 교수라는 직함은 대부분의 경우 무조건적인 존경의 대상이 된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사장님’ 혹은 ‘선생님’과 같은 ‘~님’으로 불리는 세상이지만 ‘교수님’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는 흔치 않다. 수십년동안 정진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값진 타이틀이다. 수많은 학생들 앞에서 학문세계를 탐구한 성과를 펼쳐 보이는 교수들의 모습은 대학생들에겐 먼 하늘의 별 같은 모습이다. 대학생뿐만이 아니다.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도, 쇄신이 필요한 정당도, 깨달음이 필요한 이들 모두 교수연구실의 방을 두드린다.
 
기자는 교수에게 학문적인 성과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약간의 욕심을 부리고 있다. 다른 이들에 비해 좀 더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기자만의 욕심은 아닐 것이다. 다행히 대학에 진학한 후 만나게 된 지도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교수님들은 모두 존경할만한 머리와 가슴을 가진 분들이었다.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달 불거진 성추행 파문은 교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학생들이 혐의를 받고 있는 A교수를 비난했다. 안성캠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는 성명서를 발표해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비슷한 사례가 더 있을 수도 있다며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었던 교수가 단숨에 성추행 혐의자로 추락하는 순간이었다.
 
현재 성추행 사건은 수차례 진행된 인권센터의 조사와 교원인사위원회를 거쳐 이달 내 열릴 예정인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다. 현재 A교수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기자가 만난 취재원들은 대부분 ‘어느정도 혐의가 인정돼 징계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제 주목할 것은 징계 수위다. 타 대학에서도 성추행 사건이 터질때마다 교수사회 전반에 대한 비판이 불거지곤 했다. 일부 대학의 경우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로 더욱 큰 비난을 받곤 했다.
 
성추행 파문 이후 확산된 교수사회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는 이제 피할 수 없게 됐다. 남은 일은 따가운 시선을 걷어내는 일이다. 부디 징계위원회에 참석하는 교수님들을 비롯한 학내 구성원들이 신중한 판단을 내려줬으면 한다. 예전처럼 선생님과 제자라는 단어가 끈끈한 관계는 아니지만, 아직 선생님이 ‘예비 성추행범’정도로 취급받을 때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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