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캠 총여학생회의 부재로 총여학생회실과 여학생 휴게실이 방치되고 있다.                                            
 
일부 학생들
“총학생회 산하기구로 재편성”
여성단체 및 전문가
“독립기구로 계속 존재해야”
 
서울캠 총여학생회(총여)가 결국 대표자를 구하지 못했다. 지난달 총여 후보자 신청이 진행됐지만 지원자가 없어 선거가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임시기구인 여성연대협의회가 총여의 운영을 맡게 됐다. 총여가 대표자를 선출하지 못한 것은 출범 이후 세 번째다.
 
총여의 시작은 1980년대다. 이전까지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을 수행하던 학도호국단이 1985년 폐지됨에 따라 각 대학마다 총학생회가 창설되었고 동시에 총여도 탄생하게 됐다. 중앙대의 경우 1985년 6월 5일 송혜경 동문(영어학과 82학번)과 고인숙 동문(교육학과 83학번)이 각각 회장, 부회장으로 당선되면서 ‘여학생의 주체성 회복과 권익 옹호’를 목표로 하는 제1대 총여가 활동을 시작했다. 총여의 창설을 지켜본 사회대의 한 교수는 “당시 학내 분위기는 남성중심적인 분위기와 적은 숫자로 인해 여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라며 “이들의 권리를 신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녀평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며 총여의 필요성이 점차 약해지기 시작했다. 총여에서 담당했던 각종 복지사업을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내 기구들이 담당하게 됐다. 일부 학생들은 총여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인혜씨(교육학과 2)는 “총여에서 하는 사업들을 보면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게 많은 것 같다”며 “총여만의  사업이나 행사가 필요하다 ”고 말했다.
 
총여의 입지가 점차 좁아짐에 따라 각 대학에선 총여 폐지에 대한 논의가 고개를 들게 됐다. 2007년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는 ‘총여의 총학생회 산하기구화’를 골자로 하는 학칙 개정을 학생 총투표에 부치기도 했다. 당시 진행된 총투표는 정족 수 미달로 무산됐다. 서울대와 서강대, 한국외대의 총여의 경우 후보자의 부재로 인해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다 결국 총학생회의 산하기구로 격하됐다. 
 
총여의 입지가 좁은 것은 중앙대도 마찬가지다. 많은 학생들이 총여의 존재나 역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 김유라씨(신문방송학부 3)는 “총여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여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가진 학생들도 있다. 장은아씨(영어영문학과 2)는 “총여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당차고 드세다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무관심과 반감속에서 “총여를 총학생회 산하기구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독립기구로 총여가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이나영 인권센터장(사회학과 교수)은 “드러나지 않을 뿐 아직도 성과 관련된 상담요청이 매년 수십 건 들어온다”며 “오히려 총여의 활동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회대 박준성 학생회장(정치외교학과 3) 역시 “남녀평등시대라곤 하지만 아직도 한국사회는 남성중심적인 경향이 강하다”며 “총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대 총여가 후보자 부재로 인해 처음으로 비대위 체제에 돌입한 것은 2009년이다. 2010년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1학년도엔 백시진 전 서울캠 총여학생회장(사회복지학과 4)이 총여학생회장직을 수행하게 되면서 비대위 체제를 면하게 됐다. 하지만 백시진씨가 2012학년도 총학생회장 후보로 출마하게 되면서 2011년 11월부터 다시 비대위가 총여를 운영하게 됐다. 최근들어 후보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총여가 가진 ‘운동권’ 이미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나영 인권센터장은 “운동권 혹은 좌파라는 이미지가 총여활동을 하려는 학생과 일반 학생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총여는 지난 3월부터 총학생회와 각 단과대 소속 여성국장들이 참여한 여성연대협의회가 운영을 맡고 있다. 지봉민 서울캠 총학생회장(도시공학과 4)은 “중앙운영위원회 회의 끝에 여성연대협의회를 발족시키게 됐다”며 “오는 10일 열릴 전체학생대표자 회의에서 총여 운영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여성연대협의회가 운영을 맡게 되면서 총여의 예산은 총학생회 예산에 편입된 상태다. 가용 예산이 줄어듦에 따라 어느 정도의 사업 축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협의체로 운영되는 총여에 대한 전망은 달갑지만 않다. 백시진 전 총여학생회장은 “총학생회의 영향 안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업무 효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성연대협의회에 참여중인 인문대 김진희 부총학생회장(역사학과 3)은 “협의회의 여성국장들이 각 단과대에서 맡은 역할과 협의회 일을 동시에 진행해 부담이 될 것 같다”며 “다만 학내 사안을 폭넓게 파악하고 있어 학우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현규 기자 HGyu@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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