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 총여학생회(총여)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매년 학내에선 총여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질문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몇몇 학생들은 총여를 총학생회의 산하기구로 재편성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신문방송학부의 한 학생은 “구체적인 활동도 하지 않는 총여는 없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총여가 학생을 대표하는 기구로서 여성의 권익 신장에 앞장서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송란희 사무처장은 “사회로 진출하면 여성에 대한 인식개선의 기회는 전혀 없다”며 “최종 교육기관인 대학에서 총여는 여성에 대한 인식개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낮설게만 느껴지는 지금의 서울캠 총여가 제 기능을 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여학우들의 친구 역할= 서울캠과 달리 안성캠은 제27대 손현영 총여학생회장(식품영양학과 2)을 중심으로 총여의 존재 가치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청춘남녀 프로젝트를 통해 올바른 연애관과 성관계를 확립하고 학내 여성 복지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안성캠 총여는 다양한 복지 사업을 통해 학생들의 일상적으로 아쉬운 부분을 해결해주고 도와줘 서울캠에 비해 많은 학생의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


  경희대 등 다른 대학의 총여는 여성인권을 대변하는 거시적인 역할보다 여학생들의 일상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공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희대 ‘피움’ 총여는 늦은 밤 캠퍼스 내에 위치한 가로등이 꺼져 귀가에 어려움을 겪는 여학우들을 위해 ‘가로등 소등 시간 지도’를 만들어 캠퍼스 곳곳에서 배부하고 있다. 또한 총여학생회실을 ‘작은 카페’란 이름으로 고쳐 커피 등 간단한 음료를 제공하고 있다. 이전까지 총여 집행부만 이용했던 공간을 여학우들의 고충에 대한 담소를 나누고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개방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많은 학생들의 호평을 받았다.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학생들 관심 높여야= 총여가 직면한 가장 큰 장애물은 학생들의 적은 관심과 저조한 참여율이다. 서울캠 총여는 ‘데이트 성폭력’에 관한 성교육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성평등 문화제와 바나나 요리대회 등 몇몇 이벤트를 개최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참여율은 저조했다. 강민지씨(사회복지학부 2)는 “홍보가 없어 총여가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 총여는 SNS를 통해 학생들과게 적극 소통하고 있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 제26대 ‘WE CAN’ 총여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학우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다. 경희대 ‘피움’ 총여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통한 홍보는 물론 성평등에 관한 칼럼도 연재하고 있다. 또한 인권 영화제와 감성콘서트 등 많은 문화행사를 마련해 학생들에게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다. 연세대 제24대 총여는 공식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현장 멘토링과 더불어 여성 지도자를 초청해 강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소통을 통해 거부감 줄여야= 하지만 홍보가 전부는 아니다. 홍보활동과 더불어 이미지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 일부 학생들은 총여에 대해 ‘운동권’, ‘빨갱이’, ‘꼴 페미’ 등 다양한 수식어로 지칭하며 거리감을 나타내고 있다.


  총여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선 여학생뿐만 아니라 남학생들과의 소통도 필요하다. 이미 타대학에선 남성과 여성 모두가 참여하고 공감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건국대 총여는 ‘김밥마는 남자’ 행사를 통해 남성들의 가사노동 체험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한 한양대 총여는 ‘남학생 요리대회’를 개최해 남학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나영 인권센터장(사회학과 교수)은 “총여가 생물학적 여성만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 아니라 젠더질서에 관한 문제를 다뤄야한다”라며 “남녀 모두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일반적 인식을 개선하고 실천의 변화를 이끌어야한다”고 말했다.

 
  ▲ 경희대 총여의 경우 다양한 복지사업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제공 대학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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