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의 단편소설 「종이 냅킨에 대한 우아한 철학」 마지막 장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등장한다. ‘우리가 런던 뒷골목에서 사흘을 굶은 어린이를 보고서 검게 굳은 빵을 갈라 그 아이와 반 조각씩 나누어 먹는 것과 단지 측은한 마음만 가지고 바라보는 것은 천국과 연옥처럼 거리가 먼 일이다’  
 
  마음은 같았으리라 생각한다. 시작은 불같았으리라 믿는다. 당초 내세운 35개의 공약을 지키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으리라 짐작한다. 그래서 아쉽지만 다음 타자에 희망을 걸기로 한다. 하지만 사흘을 굶은 아이를 보고서 빵을 건네는 것과 측은한 마음을 가지는 일은 천국과 연옥처럼 거리가 먼 일이다. 학생들을 위해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마음도 귀하지만 그 결의가 하나의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굶주린 아이를 내버려둔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천국과 연옥처럼 먼 거리. 그 만큼의 거리를 만들어 낸 이유에 대해 대학 언론은 묻고 따져야 한다. 이러한 공약이 있었으나 기대만큼 지켜내지 못해 아쉽다는 결론은 나머지 우리들이 내릴 것이다. 대학 언론은 왜 그 공약이 지켜지지 못했는지 공약을 지키는 과정에 있어서 장애물은 없었는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논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있어야 떠나는 자들이 바통을 이어받는 자들에게 남겨줄 유산이 생긴다. 실패를 지도 삼아 그릴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생긴다.  
 
  앞서 인용한 문장 이전에 작가는 ‘하나의 상징은 하나의 행동으로 연결될 때 우아하게 빛난다’고 고백한다. 새로 당선된 총학생회가 약속한 공약들이 하나의 행동으로 연결되길 기대한다. 당신들이 천국과 연옥을 오가며 발품을 판 거리는, 공약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우아한 과정의 순간들은 내년 이맘 때쯤 중대신문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보람 동문(국어국문학과 05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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