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승욱 교수가 정치적 주체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세 가지 지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제공 곽동건씨(신문방송학과 4)

 

 

 

 

 

 

 

 

 

 

 

"삶과 정치가 외접한다는 인식은
정치가 삶의 각 공간을 아우른다는
인식으로 재편돼야 한다"

  지난 10일 자유인문캠프에서  백승욱 교수(사회학과)가 <우리는 어떻게 정치적 주체가 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흔히 정치 참여와 관련해 연상되는 것은 ‘월가 점령 시위’, ‘촛불시위’ 등의 단편적 사건이다. 백승욱 교수는 그것이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는 일탈에 불과하다며 정치에 대한 대중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자기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들을 변혁시키는 것이 정치의 참된 의미다”라고 정치의 의미를 새로 규정했다.
백승욱 교수는 변화를 위한 정치가 실행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삶과 정치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정당정치가 근간을 이룬 한국에서 국민들은 투표일이 되어서야 의견을 표출하며 정치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삶과 정치가 분리된 가운데 대중은 삶에서 발견되는 부조리를 참아 넘긴다. 백승욱 교수는 이러한 이분법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삶과 정치가 그저 외접한다는 대중의 인식은 정치가 삶의 각 공간을 아우른다는 인식으로 재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삶과 정치의 공간이 일치될 때 만인은 정치를 통한 삶의 변화를 누리는 정치 주체가 될 수 있다.
  정치 주체가 된다는 것은 “내 삶이 의미가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움직이는 것”과는 다르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뒤쳐진 것 같다는 의무감에서 움직여서는 안 된다. 현실의 부조리를 느끼고 바꿔나가고자 할 때 정치의 진정성이 실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진정성이 뒷받침되면 정치를 통한 변화가 곧바로 드러나지 않는 것에 대해 조바심을 느끼지 않는다. ‘이것이 나의 의무’라는 부채의식은 목표에 쫓기게 만들지만 진정성에 의한 정치는 점진적인 변화를 기다리게 한다. 백승욱 교수는 이러한 정치적 진정성을 ‘차가운 불꽃’이라고 표현했다.
  백승욱 교수는 “자기를 둘러싼 사회적 관계를 바꾸는” 정치란 개인을 억압하는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며 ‘나’의 정체성이 타인과의 연계됨을 인지한 채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것이다. 구조의 변혁과 사회 구성원 간 연대가 정치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구조의 변혁은 구조를 분석해 문제점의 근본을 발견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것은 기존에 법적이고 명시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것을 넘어 기존의 제도가 아우르지 못한 권리를 주장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한다. 타인과의 연대는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재구성함으로써 가능해진다. 각자의 고유성에 얽매이지 않고 역동적 관계에서 서로의 정체성을 파악할 때 상생하는 존재라는 점과 변화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는 한국인만에 의한 민주주의라는 폐쇄성을 보였던 한국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가 구현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진정한 정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지성이 ‘비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SNS가 발달해 대중은 쉽게 의견을 표출하는 듯 보이고 대학교육이 일반화된 결과 많은 ‘지성인’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백승욱 교수는 정치적 주체가 되기 위한 지성으로서 ‘인류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순수과학’, ‘사회 체계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이데올로기’, ‘문제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한 예술적 지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대 사회는 지성을 비대중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지성인을 양상시키는 듯 보이는 대학교육이 가르쳐주는 과학은 사실상 ‘기계를 움직이는 능력’에 불과하다. SNS는 형성된 여론에 편승하는 대중을 만들며 스스로 비판할 수 있는 시각을 잃게 만든다. 백승욱 교수는 이날 강연과 관련해 “비관적 시대에 낙관주의를 갖는 것은 모두를 벼랑으로 모는 범죄”라며 모두가 정치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