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희 교수가 보편적 복지를 통한 여성의 돌봄노동 해방이 현대 한국의 가족이 처한 위기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지난 27일 서라벌홀(203동) 614호에서 중앙사회학 특강이 열렸다. 중앙사회학 특강은 학부생과 교수 간에 관계를 다지고 토론을 활성화시키자는 취지로 기획됐으며 이번학기에 세 번의 특강이 예정됐다. 김경희 교수(사회학과)는 세 번의 특강 중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서 ‘한국사회의 일·가족·젠더’를 주제로 강연을 이끌었다.
  전통적인 한국의 남성 중심 부양모델은 선성장후복지 모델을 지탱할 만큼 탄탄한 역할을 해냈다. 남성은 가족의 경제적인 부양을 전담했고 여성은 그러한 남성 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가사에 전념했다. 복지와 교육을 전담하던 당시의 부양구조는, 가공할만한 인적 자원을 배출하며 그 효과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사회구조와 그에 따른 가치관 변화는 가족의 양상을 변화시켰다. 남성 일인부양체제에서 맞벌이 모델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여성들은 가족과 결혼에 관한 유연한 가치관을 기반으로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불안정한 노동시장에서 부양 모델이 유효하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일자리를 찾는 여성도 생겨났다.
  전통적으로 가사노동을 전담하던 여성이 사회로 진출하면서 가사노동에는 공백이 생겼다. 그 공백을 메우고자 하는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성은 일과 가족양립의 역설에서 가사분담을 외쳤고 성별 논리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던 남성의 지체된 의식은 그를 수용하지 못했다. 돌봄 노동은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돌봄 노동의 상품화는 여성과 가사를 분리시키는 일에는 실패했다. 돌봄 노동 종사자들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더욱이 지구적 분업으로 개발도상국 여성들이 선진국으로 이주하며 돌봄 노동에서 여성 편중은 심화되었다.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당당한 위세는

     역설적으로 또 다른 돌봄노동 종사 여성의 희생을 바탕으로 가능한 것이다.


  돌봄 노동에 대한 턱없이 적은 보상도 문제가 되었다. 계량적 성과를 따지는 데 익숙하던 기존의 보상체계에서 돌봄 노동의 관계적·감정적 공헌도는 평가절하 됐다. 돌봄 노동은 본래 여성의 몫이라는 지체된 인식도 한몫했다. 많은 값을 돌봄 노동의 고귀한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돌봄 노동을 저평가시켰다.
  김경희 교수는 이와 관련해 보편적 복지가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와 관련한 사회적 완충망이 없다는 점이 이러한 문제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기존의 복지는 ‘여성이 돌봄 노동의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나 ‘돌봄 노동이 사적으로 해결되고 있다’는 한계를 해결하지 못했다. 보편적 복지는 이에 더 나아가 온전한 복지, 모두가 제약없이 누리는 복지를 추구한다. 물론 ‘가족의 역할을 무용하게 만든다’는 비판이나 재정 문제와 관련된 우려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1.4명의 청년이 노인 1명을 부담해야하는 사회구조에서 필연적으로 복지는 세대의 문제가 되며 사회적인 맥락에서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
  김경희 교수는 “성별 분업, 부양문제에 대한 움직임은 세대 계약의 미래를 보장할 것”이라는 울리히 백의 말을 인용하며 강연의 논지를 되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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