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개선만으로는 부족
실질적 대안 마련해야


생리공결제의 남용이 방치되면 제도가 폐지될 수도 있다. 실제로 서강대는 2007년 1학기부터 2008년 1학기까지 생리공결제를 시범 적으로 운행했지만 ‘일반결석의 대체수단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중단했다. 서강대의 사례는 중앙대도 생리공결제 존폐 위기에 놓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은 생리공결제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비췄다.
유승헌씨(컴퓨터공학부 4)는 “제대로 사용하는 사람을 위해 폐지는 옳지 않다”며 “남용하는 사람들은 수업을 듣지 못하기 때문에 결국 자기 손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어영문학과 A씨는 “생리통이 심할 땐 걷기도 힘들고 구토도 한다. 모든 일을 멈추고 집에서 쉬어야 할 때가 있다”며 생리공결제가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앙대 생리공결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제도의 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현 중앙대 생리공결제는 타 대학에 비해 비교적 느슨한 편이다. 인터넷으로 생리공결을 신청하고 종이 한 장으로 출석을 인정받는 기존의 절차는 개인의 양심이나 도덕성이 개입하기 힘들다. 생리공결을 사용하기 전, 개인의 양심에 의해 남용이 줄어들도록 해야한다. 최소한 ‘클릭 한 방’으로 결석이 정당화돼서는 안된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생리공결 신청을 하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생리공결을 신청할 때 모니터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여학생들이 부담없이 드나들 수 있는 성평등상담소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성평등상담소나 보건소를 직접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개인의 양심이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이나영 교수(성평등상담소장)는 “환경 개선과 인력충원만 된다면 가능한 문제다”며 “성평등상담소가 중간체크를 해준다면 남용하는 학생이 확실히 줄 것”이라고 전했다. 교무지원팀 최미경 주임 역시 “학생 대다수가 찬성한다면 고려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선영씨(철학과 3)는 “어느 정도의 장벽을 높여 남용을 막는 것은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민씨(영어영문학과 4) 역시 “성평등상담소를 직접 방문해 출석인정을 신청하면 생리통으로 결석한 학생들도 크게 번거롭지 않고 남용하는 사람들도 양심에 가책을 느낄 것 같다”며 “약간의 귀찮음을 더해줄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평등상담소가 생리공결 남용자를 걸러내는 역할을 하기 위해선 현실적으로 해결해야할 난제가 많다. 현재 서울캠 성평등상담소는 전임상담교사 한 명, 통합조교 한 명이 전부다. 인력이 부족한 것이다. 특히 안성캠의 사정은 서울캠에 비해 열악하다.
물론 제도를 보완하더라도 여학생들의 의식개선은 필요하다. 이나영 교수는 “여성 스스로가 생물학적 특성을 이용해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자세를 보이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여학생 스스로가 의식 개선에 힘써줄 것을 강조했다. 백시진 총여학생회장은 “생리공결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학생이 분명히 있다. 생리공결제의 본 취지가 무색해 지지 않도록 여학생들이 제대로 사용해 줄 것을 부탁드린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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