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도시 공간 읽기》 마지막 강의인 김성윤 연구원(중앙대 문화사회연구소)의 〈코엑스몰에서 짝퉁문화까지: 소비자 천국의 역설적 상황들〉이 지난 23일 서라벌홀(203동) 814호에서 진행되었다. 강연은 2부로 나뉘어 소비패턴과 소비공간을 조명했다.


1부는 ‘명품과 짝퉁의 추격전’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2000년대 초반의 스타일은 강북파와 강남파로 양분되었다. 허벅지에 달라붙는 치마와 깻잎머리, 정장스타일의 강북파는 닥터 마틴 구두와 염색한 머리, 펑퍼짐한 힙합스타일의 강남파와 다른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00년 중반에 접어들자 이러한 대립은 사라졌다. 그리고 ‘짝퉁문화’가 급부상한다.


김성윤 연구원은 강북청소년의 다소 성숙한 스타일에서 유년기부터 ‘독립’하고자하는 욕망을 읽어 냈다. 강북스타일의 아이들에게 온순한 강남스타일은 ‘철없이’ 부모에게 기생하고 연예인을 따르는 유아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 반면 강남스타일에게 강북스타일은 ‘철지난’ 촌스러운 것으로 보였다. 김성윤 연구원은 강북과 강남에서 피지배계급과 지배계급의 문화적 대립을 읽어냈다. 하지만 00년대 중반에 접어들자 이러한 구분은 사라졌다. 그리고 출현한 짝퉁문화는 기존의 메이커를 비틀며 새로운 문화를 창달했다. 피지배계급의 문화가 지배계급의 것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짝퉁문화는 시간이 지나며 ‘흉내내기’ 짝퉁이 아닌 ‘따라잡기’식의 짝퉁문화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퓨마(puma)를 비튼 ‘파마’ 카파(kappa)를 비튼 ‘코파’는 찾아볼 수 없었다. 루이비통과 최대한 비슷한 ‘짝퉁’루이비통, 샤넬과 유사한 ‘짝퉁’샤넬만 남았다.


김성윤 연구원은 “그들의 스타일은 사회적 욕구에 대응하는 소비”라며 소비문화의 변화에서 문화현상을 읽어냈다. 대립되는 계층간 문화에서 변형을 통한 차별화를 거쳐 ‘따라잡기’에 다다른 형국은 문화현상과 소비문화가 조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지배계급은 추격해오는 피지배계급을 ‘한정판’과 로고가 보이지 않는 은밀한 명품문화를 통해 따돌리고 있다.


2부에선 하위계층을 배제하는 소비공간을 조명했다. 김성윤 연구원은 코엑스몰을 현대적 소비공간의 대표로 내세워 강연을 진행했다. 코엑스몰은 기능적 측면보다 심미적 장식주의의 측면이 강조돼 설계되었다. 탁 트인 하늘과 수많은 오락시설을 완비한 이 공간에서 소비자는 스스로를 주체적인 존재로 느끼게 된다. 김성윤 연구원은 모든 소비자의 발길을 잡아두는 듯한 코엑스몰의 숨겨진 배제공간을 발견했다. 그곳은 코엑스몰과 연계된 인터콘티넨털호텔 지하공간이다. 인터콘티넨털 지하는 환상적인 코엑스몰과 대조되는 명료하고 깔끔한 공간이다. 가격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코엑스몰에서 당당한 주체였던 소비자는 이곳에 발을 디디는 순간 위축된다. 그곳은 특정 인구를 배제하는 공간인 것이다.


이는 상층회로와 하층회로로 구분되는 사센의 도시구조가 현대소비문화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형세다. 모두가 뒤섞여 동일해 보이는 짝퉁문화와 쇼핑몰은 결국 지배계급의 따돌리기와 공간배제를 통해 위계질서를 공고히 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윤 연구원은 “이 모습이 신자유주의와 소비자주의적 도시공간이다”며 강연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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