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덥고 비가 많았던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에게는 2학기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다. 건축공학도의 경우, 국가자격시험인 기사시험 준비해야 하고, 또 원하는 분야의 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준비로 마음이 분주하다. 

  이번 학기에 4학년 두 과목을 강의하게 된 나도 즐겁게 학기를 출발하지는 못했다. 건축공학이라는 특정 전문분야로 진출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을 고려하여 나름 충실하게 강의안을 준비했지만 강의 신청을 하는 학생의 수가 기준에 못 미쳐서 도리어 폐강이 될까 걱정이 앞선 학기가 되어버렸다. 생각해 보면, 내가 가르치는 분야를 자신의 전문분야로 택하려는 학생이 많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원칙을 고수하는 내 강의를 피하고 취업을 위하여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싶은 이유도 있을 수 있으며, 또 내가 최선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나의 강의가 못마땅하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4학년 2학기 과목들은 그 동안 저학년에서 배운 내용들을 총 정리하고 체계화하며 실제 실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된 과목들이다. 이들 과목들에 대한 수강의 필요성을 학생들도 모르는 바는 아니겠지만, 혹시나 취업준비를 위한 “스펙” 쌓기가 일부 학생들의 마음에서 전공과목에 대한 열망을 앗아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안타깝게 다가온 학기였다. 

  다행히 두 과목 모두 폐강은 면했다. 비록 적은 수의 학생들이지만 나의 강의를 듣고자 수강신청을 한 학생들을 위해서 나는 이번 학기에도 학생들을 아끼고 최선을 다해서 강의를 할 것이다. 또 미흡하지만 취업에 도움이 된다면 도울 수 있는데 까지 도울 생각이다. 

  항상 이전 둥지에서 떠나 새로운 것을 찾아 날아가야 할 시점에서 우리는 기대와 함께 두려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이 두려운 마음은 자신이 기대하는 목표에 이를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박사학위가 끝날 때 즈음해서 내가 가졌던 그런 마음처럼...

  아직 4학년 졸업학기에 이르지 않은 학생들, 그러나 언젠가는 취업이라는 현실 앞에 설 학생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4학년 때에 몰아서 취업준비를 하지 말고 꾸준히 학부 4년 동안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영어 같은 경우는 토익 점수만을 높이기 위한 공부보다는 학부 재학 시절동안 꾸준히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실제 회화 뿐 아니라 어느 정도 전공분야의 서적을 부담없이 읽어낼 수 있고 또 전공분야의 내용을 스스로 문서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준비한 만큼,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 4년동안 자신의 스펙을 잘 준비하자. 그래서 고학년이 되어도 푸짐하게 차려진 수업을 부담없이 수강하여 학문적인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  

이차돈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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