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말 개관 예정인 아트센터는 시공 초기부터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 학교 부지가 부족한 관계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곳이 후문 쪽의 공터 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쪽엔 이미 여학생 기숙사가 있었고 현행법상 일조권이나 채광 등의 문제로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러나 2년여만에 아트센터는 여학생 기숙사와 불과 7∼8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완공되었다. 아트센터는 여학생 기숙사보다 고지대에 위치하고 또 남측에 있어서 그 존재만으로도 기숙사측에 채광과 통풍, 일조권, 난방 등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그러나 아트센터가 다 지어진 지금 우려했던 또 하나의 일이 현실이 되어 기숙사생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바로 사생활의 침해 문제이다. 2년 전, 건물이 가까운 곳에 들어선다는 소식에 기숙사 선배님들은 학교측에 기숙사 방향으로는 창문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요구를 했다. 그러나 건물의 형태가 잡혀가며 어느 순간 창문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제 기숙사생들의 요구는 단 하나였다. 그 창문에 붙박이 불투명창을 달아달라는. 이것은 여학생 기숙사 자치회가 학생처를 통하여 학교측에 지난 몇 달간 끝없이 요구한 사항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학교측에서는 한 달 전 투명 미닫이창을 설치했다.

기숙사는 각 층마다 12개의 방이 반원형 구조로 되어있고 그중 5호부터 9호까지는 아트센터와 완전히 마주보고 있다. 사생들은 방안에 누워 공사장 인부들의 대화를 들으며 그들의 얼굴까지 익히게 되었다. 가끔씩 방안을 들여다보는 그들의 시선을 피해 사생들은 단 하나밖에 없는 창문에 커튼을 치고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 닫힌 공간에서 살아야했다. 다급해진 기숙사 자치회는 하계방학동안 학교측에 사생들의 완고한 의사를 표명하며 창문의 교체를 요구했다. 그리고 바로 얼마 전까지는 교체가 가능한 것으로 믿어왔다. 학교측에 의하면 아트센터의 투명창 때문에 주변의 민가에서도 민원이 쇄도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교측의 적절한 대처가 있을 거라는 소식에 우선은 한번 더 믿어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바로 9월 3일 아침, 아무런 사전통보 없이 학교직원이 기숙사를 방문하여 블라인드 길이를 재갔다. 블라인드는 쳐도 통풍이 되니 커튼보다는 나을 거라는 거다. 그러나 학교측의 그런 세심한 배려가 전혀 고맙지가 않은 것은 기숙사측에서 가리고 살아야 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우린 많은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단지 약간의 햇빛과 약간의 바람, 그리고 숨쉬고 살 수 있는 공간을 원할 뿐이다. 기숙사 자치회의 고독한 싸움은 너무나 고독하고 힘이 들었다. 모든 이들의 무관심 속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 노출된 채 살게 될지도 모르는 1백50여명의 중앙대 여학우들은 이제 일만의 중앙 학우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한다.

<최영화, 중앙대 여자기숙사 자치회장>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