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단일민족·단일문화에 대한 개념이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인종, 민족에 의한 구분보다 서로의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다양성에 기초한 다문화주의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사회도 국내거주 외국인과 결혼이주여성의 증가로 인구구성 비율이 크게 변하면서 다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요청되고 있다. 전 지구화와 함께 진행된 국제 이주로 인해 한국사회는 단일민족국가라는 과거의 방식을 더 이상 고수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러한 사회 변화는 필연적으로 기존의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요구하게 된다. 다문화사회의 삶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방식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한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본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혹은 ‘구전(口傳)을 말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말은 낱말 구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야기(story)를 전달(tell)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것이다. 즉,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전달하는 것이 스토리텔링의 어원적 의미이다.


그런데 오늘날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과 문화산업의 발전으로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전부터 존재했던 이야기를 전달 매체의 성격에 따라 내용과 전달 방식을 새롭게 하여 수용자의 상황에 맞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스토리텔링인 것이다.
그렇다면 다문화스토리텔링이란 당연히 다문화사회에 맞게 새롭게 요구되는 이야기 방식인 것이다. 다문화스토리텔링은 이야기하는 주체에 따라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외국인 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등 다문화주체가 자신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이주민이 다문화적 관점에서 꾸미는 인형극, 설화를 각색한 역할극, 동화 구연 등과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설화 다시 쓰기, 자기서사(수기) 등이 있다. 다문화주체의 스토리텔링 활동은 이들이 안정적으로 한국사회에 정착하기 위해 기존 구성원의 가치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으로 기존 한국인이 주체가 되어 다문화현상을 해석하고 재현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어·한국문화 교육을 위한 다문화스토리텔링을 들 수 있다. 한국의 전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 개발, 문학작품을 통한 한국문화 교육과 문학치료 등이 있다. 그리고 미디어에서 다문화현상을 스토리텔링 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현실의 사회문제를 제기하기 위하여 다큐멘터리 등의 방식으로 재현하는 것과 문화산업적 측면에서 새로운 방식의 삶을 재현하는 것을 포함한다.


다문화스토리텔링은 이와 같이 다양한 범주를 포괄하는 것이지만, 그 내용과 목적은 다문화사회의 소통과 공존을 지향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기존 구성원은 다문화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소수자와 공존하는 인식의 전환을 이루어야 하고, 이주민은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문화스토리텔링은 단순히 다문화를 소재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 주체의 타자에 대한 이해 확장과 공존을 위한 상호이해의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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