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글로벌챌린저 체험기

지난 여름방학 인문사회계열, 자연공학계열, 경영경제계열, 예체능계열에서 선발된 총 108명의 학생이 글로벌챌린저 여행을 떠났다.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그들의 특별한 여행을 함께 따라가보자.

 

문화예술의 본고장 프랑스. 그 중에서도 파리. 그리고 그 곳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는 일. 생각만 해도 온몸이 짜릿하다. 세계로 나가 가야금을 타며 아름다운 우리의 음악을 그들에게 들려주길 오랫동안 꿈꿔왔다. 그래서 글로벌챌린저에 도전하기로 했다. 가야오케스트라 단원 3명과 예술의 도시에서 우리의 소리를 전파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하지만 첫 도전부터 어려웠다. 어떤 곡들을 연주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되도록 우리 전통 민요를 중심으로 목록을 짜려고 노력했다. 퓨전 음악을 넣을 수도 있었지만 ‘진짜’ 우리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각자 독주곡을 포함해 기본 11곡의 목록을 만들었다. 거리공연을 해야 했기에 파리에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검색해 계획서를 차근차근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차 서류전형에 합격, 면접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2차도 합격했다. 상상 속에만 갇혀있던 우리의 꿈이 현실로 한 걸음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7월 5일을 출발일로 정했다. 방학이 시작되고 일주일에 2~3번씩 학교에 모여 꾸준히 연습했다. 조원들의 집이 가까운 편이 아닌데도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나와 주었다. 연습은 하루 7시간 넘게 계속됐다. 준비하면 할수록 더욱 자신감이 생겼다. 다행스럽게도 지인의 도움으로 한복도 협찬 받았다. 색깔별로 저고리를 맞춰 입으니 어찌나 근사한지. 설렘으로 가득한 준비기간이 계속되었다. 


드디어 출발일. 부푼 꿈을 안고 파리행 비행기에 올랐다. 반나절을 날아 샤를드골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뉘엿뉘엿 지는 해를 바라보며 숙소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다음 날, 예술의 다리로 거리공연을 나갔다. 숙소에서부터 한복을 입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꽃신도 신었다. 머쓱해서 얼굴이 빨개지고 웃음이 절로 나왔다. 가야금을 들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부끄러워 어쩔 줄 몰랐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아무도 우리를 쳐다보지 않았다.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내내 우리만 우리를 쑥스러워했다. 역시 이 곳은 파리구나.


예술의 다리에 도착해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를 잡고 가야금 연주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바캉스 기간이라 파리 현지사람들 보다는 외국인들이 훨씬 많았다. 연주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준비한 곡이 부족했음을 느꼈다. 그래서 앵콜곡쯤으로 준비한 비틀즈 메들리를 연주했다. 그런데 예상 외로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와 곡 목록을 수정했다. 다음 공연부터는 외국 곡도 섞어 조금 다른 레퍼토리로 공연을 하기 시작했다.


한 번은 선한장로교회에서 연주를 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파리에서 15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인교회였다. 예배시간에 특송으로 가야금 연주를 하고 5시부터는 가야스토리 연주회를 열었다. 평생을 프랑스에서 지내오신 한국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너무 좋아해주셨다. 연주가 끝나니 외국인 교인이 사인과 사진을 부탁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사했다.


교회에서 연주한 인연으로 한 교인의 집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한국음식점을 운영하시는 분이었는데 정말 푸짐히 대접해주셨다. 경비를 아끼려 되도록 현지 음식만 먹고 지냈는데 이날 한국 요리를 원 없이 먹었다. 다음 날은 성악을 전공하는 유학생 부부의 집에 초대 받았다. 우리의 연주가 그들의 가슴을 울린 것일까. 너무나 큰 대접에 감사하고 또 죄송할 따름이었다.


마지막 공연은 에펠탑을 배경으로 자리 잡았다. 공연을 시작하기 전, 우리끼리 마지막을 즐기면서 하자고 다짐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맞추면서 연주했다. 정말 행복했다. 진정으로 음악을 느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청중들이 우리를 좋아해주는 것이 느껴졌다. 음악을 통해 진심을 주고받는 일은 생각보다 황홀했다. 비록 의사소통은 되지 않았지만 가야금 연주로 청중들과 하나 됨을 느꼈다.


그런데 이게 웬 일.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가야금이 젖으면 큰일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연주가 될 수도 있었다. 중단하고 숙소로 돌아가기가 싫었다. 비를 맞으며 연주를 계속했다. 연주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숙소로 돌아와 가야금을 말리기 시작했다. 젖은 가야금이 걱정됐지만 우리의 얼굴엔 근심 대신 미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느꼈다. 내 평생 가야금을 연주해도 되겠다고.


학교에 입학한 이후 나름대로 공연을 굉장히 많이 했다. 외국인들 앞에서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청중과 진심으로 소통했다는 느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파리에서 우리음악이 충분히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은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졸업 전, 글로벌챌린저라는 색다른 기회를 통해 미래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강나라 기자 jiangnala@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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