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식량난으로 말미암아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이 몹시 큰 것 같다.

국제기구의 발표에 의하면 아사자들의 수가 이미 1백만명 이상을 넘어섰고 영양부족으로 인해 대부분의 북한 어린이들이 정상적인 발육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최근의 탈북자들에 의하면 식량부족이 심각한 일부 지역에서는 죽은 시체를 꺼내 먹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으며 가정이 해체되어 장마당 등에서 떠도는 아이들의(일명 꽃제비) 숫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한편 이와 같은 북한의 심각한 식량난과 주민들의 열악한 생활상은 본교의 민족통일연구소에서 운영하고 있는 ‘남북통합교실’에 참여한 탈북자들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미 확인이 되었기 때문에 과장된 것은 아닌 것 같다. 본교의 민족통일 연구소에서는 지난 2년간 탈북자들이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돕고 남측 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남북통합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통합 교실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체험해보기 위해서 탈북자들과 남한의 학생들이 함께 북한 노동자 가정의 가계부를 작성해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생필품에 대한 암시장 가격을 근거로 가계부를 작성해보면 일반노동자들의 경우 최소 생존을 위한 지출이 수입의 10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단지 가족들의 생존을 위해서 자신들의 수입의 10배를 지출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상이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 하는 것은 쉽게 상상될 수 있으며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이 생존한다는 것 자체가 기적처럼 느껴졌다.

북한 주민들이 이와 같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북한의 지속적인 경제 침체로 인해 배급망이 붕괴되어 일부지역에는 배급이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암시장의 가격은 배급가격보다는 엄청나게 비싸서 식량처럼 1백배 이상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배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일부 지역의 경우 부수입이 없는 일반 노동자의 가족들은 굶어죽거나 아니면 각자 식량을 찾아서 떠나는 가정 해체가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은 꽃제비로 전락되고 살아남기 위해서 먹을거리를 찾아서 하루종일 장마당을 헤매게 된다.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보면 이와 같은 가정 해체의 경험을 겪은 아동들의 겨우 부모에 대한 불신 등 정신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기 때문에 앞으로 상황이 호전되어도 정서적으로 문제아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북한의 식량난과 관련되어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것은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이다. 이번 여름 연변에서 이들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남편과 3형제를 모두 굶겨 죽이고 중국으로 넘어와서, 불쌍하게 죽은 가족을 생각하며 밥 먹을 때마다 남편과 자식의 숫자대로 상위에 수저를 놓고 통곡하던 한 젊은 부인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와 같이 북한 주민들의 실제적인 생활상은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열악한 것 같다. 이러한 생존의 위기에 몰려있는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한 대대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하며 굶어죽는 북한주민들을 돕기 위한 식량 지원에는 싸구려 정치논리나 비인간적인 상호원칙이 적용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상 만 <사회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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