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결과 개방적 성의식을 가진 20대 내에서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좀 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사회의 성문화가 폐쇄적이라고 응답한 남학생의 비율은 44.6%였다. 반면 여학생은 59.1%가 폐쇄적이라고 응답해 약 15%의 차이를 보였다. 또한 ‘남자는 애정없는 성관계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남학생들이 ‘그렇지 않다’를 45.9%로 가장 많이 선택했으나, 여학생들의 경우 ‘매우 그렇지 않다’가 46.2%로 가장 많았다. ‘여자는 애정없는 성관계가 가능한가’라는 질문도 남학생의 경우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41.8%로 가장 많았지만, 여학생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47%로 가장 많았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사회의 이면에 깔려 있는 차별적 성의식에 의한 것이다. 한국 사회는 ‘여자는 정숙해야 한다’ 혹은 ‘여자는 몸조심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성에 대한 기준이 여성에게 좀 더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여성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띄게 된 것으로 분석가능하다.


이전 세대에 비해 개방된 성의식을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도 이러한 관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제 경험 물음에 남학생의 84.4%, 여학생의 78.9% ‘예’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성관계 경험에 대해선 남학생의 56.9%, 여학생만 26.0%가 ‘예’라고 대답해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표면적으로 보면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성적 경험이 부족하다고 해석 가능하나 그보다 여성들이 솔직하게 답변하지 않았다고 보는게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사회과학계열에 재학중인 김모양(23)은 “똑같이 성문화를 즐겨도 여성의 경우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보수적으로 위장하는 여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구화와 개인주의로 인해 한국 사회의 성의식이 개방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별에 따라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나영 교수(사회학과)는 “여성의 경우 혼전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차별적 인식이 한국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성별에 관계없이 성에 대해 동등한 기준이 요구되어야 한다”며 성별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도덕적 기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현규 기자 HGyu@cauo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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