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신문 기자의 특권 중 하나. 남들보다 한 박자 빠르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것. 이번에도 기자는 남들보다 한 박자 빠르게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축제에 오는 가수들의 명단을 조금 일찍 입수한 것이다. 이른바 ‘고급정보’를 입수하자마자 기자의 친구 A양은 어떻게 냄새를 맡았는지 잽싸게 문자를 보내왔다. ‘연예인 누구와?’ A양 뿐만이 아니었다. B양도 C양도 D군도 질문은 한결같았다. 연예인 누구와? 타 학교인 기자의 고교 친구들도 다를 바 없었다. 곧 축제를 한다고 이야기를 꺼내면 그 다음 질문은 안 봐도 드라마다. 너도 나도 연예인을 물어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어떤 연예인이 오느냐에 따라 축제의 급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한양대 축제가 단적인 예다. 한양대 축제의 중심엔 소녀시대가 있었다. 기사 어디에도 한양대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기사를 보며 기자는 ‘혹시 우리도 축제가 끝나면 가수들의 이름만 기사에 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기자도 연예인을 보며 가슴 떨리는 스물 한살 평범한 대학생이다. 아마 기자도 곧 있을 축제 무대에서 2NE1을 보고 열광할 것이다. 다만 기자가 안타까워하는 부분은 축제가 단순히 연예인 공연의 장으로만 여겨진다는 현실이다. 우리들의 축제를 축하해 주기 위해 무대에 서는 연예인이 어쩌다 축제의 중심이 되어버렸냐는 것이다. 기자는 이번 호 ‘축제 기획’을 취재하기 전, 대학축제 무대가 연예인의 콘서트 무대로 변한 것만 같은 걱정이 앞섰다. 사실 그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게 될까봐 조금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기자는 축제의 중심에 학생들을 세우려는 축제 기획단의 노력을 보았다. 기획단은 축제의 언저리로 밀려난 학생들을 다시 축제의 중앙으로 불러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다. 이번 축제에서 기획단은 매년 해오던 ‘청룡가요제’의 단순한 레퍼토리를 탈피했다.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나도 가수다’를 컨셉으로 잡은 것이다. 게다가 컨셉뿐 아니라 ‘나는 가수다’의 시스템도 차용했다. 본선진출자에게 중앙인이 직접 선정한 미션곡을 지정하고 관객의 문자 투표를 통한 최종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한다. 무대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하지 않더라도 축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 기자는 곳곳에 붙어있는 ‘나도 가수다’ 포스터를 보며 어느새 2NE1 보다도 17대1의 경쟁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7팀의 ‘중앙대 가수’의 무대를 기대하고 있었다. 꼭 특급 가수가 와야만 성공한 축제인가. ‘나도 가수다’ 제목 그대로처럼 축제날 만큼은 나도 가수가 될 수 있는 현장이야 말로 대학 축제의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보기 위한 축제가 아닌 참여하기 위한 축제. 25일, ‘LUCAS ONE’속에서 즐기고 있는 기자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지영 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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