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위기론이 현실로 나타난 경희대와의 개막전. 중앙대는 지난해와 달리 경희대와의 경기에서 공격에 난항을 겪으며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2010 대학농구리그 전승우승의 신화를 기록한 중앙대 농구부(이하 중앙대)가 예년만큼의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개막 전 많은 농구 전문가들이 중앙대를 경희대, 연세대와 함께 유력한 우승후보로 지목했던 것에 비하면 7승 2패의 성적은 예상 밖이다. 대학리그가 ‘이상백배 농구대회’로 인해 약 2주간의 휴식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대 부진의 원인을 살펴봤다.

  너무나 큰 졸업생 3인방의 빈자리=2011 시즌을 앞두고 중앙대는 전력 약화의 우려가 컸다. 4년간 팀의 무게중심을 잡아줬던 오세근, 김선형, 함누리 3인방이 졸업했기 때문이다. 3인방은 4년간 팀 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이 있었기에 대학농구리그 전승 우승도 가능했다. 3인방의 졸업으로 중앙대가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현재 3인방의 자리는 센터 장재석 선수, 가드 유병훈 선수, 포워드 최현민 선수 등 후배 선수들이 꿰찼다. 하지만 이 선수들은 졸업생 3인방만큼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유택 감독 또한 “4학년의 졸업으로 인해 전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감독 교체로 인한 과도기= 김상준 감독의 사퇴 또한 살아나고 있던 중앙대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당시 중앙대는 대학농구리그 개막전에서 경희대에 아쉬운 패배를 당했지만 이후 2연승을 기록해 페이스를 되찾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달 6일 명지대와의 3차전 경기가 끝난 직후 김상준 감독은 중앙대에서 서울 삼성으로 자리를 옮겼다. 갑작스런 김상준 감독의 사퇴로 인해 선수들은 혼란에 빠졌다. 중앙대는 감독 공백 기간 동안 동국대, 건국대와의 경기에서 패배하지는 않았지만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대는 팀의 전설적인 선수였던 김유택 전 대구 오리온스 코치를 감독으로 선임하며 분위기 수습을 꾀했다. 하지만 리그 도중에 사령탑이 바뀐 만큼 전반적 전술의 변화로 팀에 혼란이 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관건은 그 혼란을 얼마나 최소화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였다.

  실제로 김상준 전 감독과 김유택 감독은 전술상의 차이를 보인다. 구체적으로 김상준 전 감독은 개개인의 능력을 살리면서도 팀의 균열을 잃지 않는 방식을 추구했던 반면 김유택 감독은 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해내며 조직력을 갖추는 짜임새 있는 농구를 추구한다. 김유택 감독은 이론에 충실하면서도 현실에 맞게 대응하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하지만 선수들은 아직 김유택 감독의 훈련에 완벽히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다. 주장 최현민 선수는 “기존의 방식으로 운동하던 선수들이 변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유택 감독은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태도에 대해 “이 정도 훈련에 힘들어 하는 것은 선수들의 체력이나 정신력이 약한 것, 둘 중 하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강팀으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는 중앙대=중앙대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전면 강압 수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김상준 전 감독의 주요 전술이었던 전면 강압 수비는 지난해 중앙대 전승 우승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앙대의 실점 수를 살펴보면 수비가 약해진 것이 드러난다. 중앙대는 723실점을 기록한 반면 1위를 달리고 있는 경희대는 518실점에 불과하다.

  또한 중앙대는 약팀과 강팀을 가리지 않고 압도적인 점수 차로 승리했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올해 중앙대는 리그 순위 7위인 명지대와의 경기에서 무려 104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또한 최근 한양대전에서는 82대 80으로 힘겹게 승리를 거뒀다. 강팀으로 평가되는 경희대와 연세대전에서는 이렇다 할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타 대학과의 스카웃 경쟁에서 밀리는 중앙대=최근 몇 년간 중앙대는 고교에서 특급 유망주로 불리던 선수를 제대로 데려오지 못했다. 물론 2학년 선수 중에는 대학농구리그에서 가장 큰 키를 자랑하는 센터 김병오 선수가, 또한 1학년에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있는 박철호 선수가 식스맨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타 대학의 저학년 선수들과 비교해봤을 때 출전 시간이 적다. 중앙대의 주요 경쟁상대 중 한 팀인 경희대의 경우에는 2학년 김종규 선수나 김민구 선수가 경희대 우승 도전의 선봉장에 섰고, 고려대의 1학년 이승현 선수 또한 주전을 꿰찼다. 선수 스카웃 경쟁에서 타 대학에 밀린다면 장기적으로 중앙대는 더 큰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중앙대는 3인방의 졸업으로 인한 전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우승 후보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중앙대는 우승과는 거리가 멀다. 중앙대가 다시 한 번 2연패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이상백배 농구대회’ 휴식기동안 반전의 기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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