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천국을 ‘유토피아’라고 말한다. 빈부의 격차가 없고, 계급의 상하도 없으며, 누구도 무시당하지 않는 지상낙원. 동양에서 유토피아를 찾자면 무릉도원 정도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무릉도원은 푸른 초원 위에 과수가 주렁주렁 열리는 땅에 홀로 신선처럼 노니는 곳이다. 그래서 무릉도원과 유토피아는 다르다. 하나의 사회를 이루지 않은 채 낙원에서 자유롭게 사는 무릉도원과 달리 유토피아는 철저한 사회체계를 이루고 있다.
유토피아는 지상낙원이 아닌 가장 이상적인 사회를 가리키고 있다. 그곳은 사상이 어떠한 경우에도 완전히 용인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유토피아사회는 사회 자체에 대한 반박을 ‘죄’로써 간주한다. 그것은 유토피아가 스스로를 이상적인 사회의 완전체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의 형벌은 유토피아 바깥 세계와 정반대다. 그곳에서는 금은보화로 치장된 장신구가 죄수의 쇠고랑과 같은 상징성을 가진다. 유토피아를 탈퇴하고자 했던 자와 같은 죄수만이 황금을 착용할 수 있다. 이것으로 유토피아가 천국과 얼마나 동떨어진 세계인지 알 수 있다.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완벽한 인간이다. 유토피아에는 많은 법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은 가장 자연스러운 판단을 법으로 여긴다. 그것은 판단하는 주체가 옳고 그름을 객관적으로 분별할 수 있는 완벽한 인간이 존재할 때 가능하다. 그래서, 유토피아는 천국이 아니다. 굳이 천국이라 한다면 천국에 있을 법한 인간들로 이루어진 사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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