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말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것은 세계사적으로 보았을 때 결코 평화롭게 쟁취되지 않았다. 한국의 민주주의도 평화롭게 얻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우리의 피를 흘리고 숭고한 생명을 바칠 정도로 가치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분명 이 사회를 사는 대다수가 원하는 정치방식이다. 그것은 우리의 바람과 관련지어진다. 내가 사는 곳이 나의 바람과 조금이나마 비슷해지기를 바라는 소망. 그런 이유로 우리는 투표를 한다. 민주주의는 구성원의 참여와 관심으로 유지되고 발전한다.

중앙대의 투표가 구성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할 순 없다. 53대 총학생회 투표율은 50.45퍼센트, 총여학생회의 투표율은 52.91퍼센트를 기록했다. 총학생회투표율이 단 0.5퍼센트만 부족했더라도 이번 선거는 무산되고 일 년 내내 비대위 체제가 유지되었을 것이다. 투표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더 이상 총학생회가 과거만큼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 대학생이 정치에서 무관심해졌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도, 귀찮다는 점. 그 중 마지막 이유가 가장 크다. 굳이 시간을 내어 투표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 투표는 단 일분의 시간을 투자하기도 아까운 것이다. ‘총학생회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말을 하는 학우도 있다. ‘다 스펙 아니냐’는 친구도 있다. 학우들이 총학투표를 귀찮아하는 것은 결국 그들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학우들에게 총학은 학우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당신들의 스펙을 쌓는 무리다.

누구도 가치 없는 일에 시간과 관심을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조한 투표율은 중앙대의 상처받은 민주주의다. 오랫동안 지속된 저조한 투표율을 보면 중앙대의 민주주의가 신뢰를 상실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믿음이 부족한 민주주의를 위해 이번선거에서는 아이패드가 필요했다. 무엇이 우리의 고귀한 투표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책임을 전가하자면 사회분위기 탓일 수도 있다. 학생들의 책임일수도 있다. 총학생회의 책임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총학생회가 이것을 자신들이 믿음을 얻지 못한 탓으로 여겼으면 한다. 그것이 설사 사회분위기나 학생의 탓이더라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총학생회가 학우들이 총학생회의 존재감을 느끼고 그들에게 열광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더 이상 ‘노력은 했지만’, ‘과정은 좋았으나’ 따위의 말이 아닌 ‘해냈다’는 말을 듣고싶다. 그들에게는 자신을 지지해준 학생들이 있다. 그들의 믿음이 헛되지 않았고 그들의 투표가 공허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시켜야 한다. 결국, 모든 것은 믿음을 얻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교장선생님의 훈화처럼 식상하고 지루한 멘트이더라도 말이다.

저작권자 © 중대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