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수강신청 대란은 어김없이 벌어졌다. 중앙인 커뮤니티엔 수강신청 기간 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글로 넘친다. 사실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대학가에서 ‘수강신청 전쟁’이란 극단적인 용어가 등장한 건 오래된 일이다. 인기 수업을 쟁탈하기 위한 경쟁은 늘 있어왔기 때문이다. 대학본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09학번부터 복수전공 또는 심화전공 중 하나를 의무선택하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상황은 심각해졌다. 학생들은 그저 졸업요건만 맞출 수 있게 해달라며 대학본부를 원망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전공강의에 대한 수요는 넘쳐나는데 도리어 이전 학기보다 그 공급을 축소한데서 발생했다. 기획처가 사태 진화를 위해 중앙인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살펴보면 “2010년 1학기보다 206개 늘어난 총 5,349개의 강좌가 개설”됐다며 항변하고 있지만 이는 전체 강좌 수의 증가를 의미할 뿐 정작 전공강좌 수는 이전학기보다 31개가 줄어들었다는 점은 생략됐다. 학생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예측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대학본부는 “강의실과 담당 교강사 확보의 어려움”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뽑고 있다. 만성적인 공간부족에 시달리는 중앙대에서 ‘강의실 확보의 어려움’은 사태의 책임을 회피하는 도구가 된 듯하다. 대학본부의 설명과 달리 중대신문 취재결과, 강의실엔 여유가 있었다. 서울캠 기준 현재 강의실 사용률이 약 77%이니 강의실 배정만 효율적으로 이뤄진다면 충분히 강좌를 늘릴 수 있는 상황이다.

강사 수급의 어려움 또한 마찬가지다. 당장 전임교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시간강사에게 전공 강의를 맡기면 될 일인데도 대학본부는 “시간강사는 강의평가가 낮게 나타났다”는 근거를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재 학생들은 ‘웰빙’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갈구하고 있다. 전임교원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응답은 싱겁게 들릴 수밖에 없다. 물론 시간강사 의존도가 높은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전임교원 확충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적 사안에는 장기적인 묘안과 단기적인 처방이 함께 동원돼야 한다. 당분간은 시간강사를 통해서라도 전공 강의 수를 대폭적으로 늘려야만 한다. 우수 시간강사를 모셔오기 어렵다는 설명 또한 이해할 수 없다. 인문사회계열을 중심으로 박사급 인력이 대학 외엔 자리를 잡기 힘든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전공 강좌를 맡아줄 인력을 구할 수 없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더군다나 전공강의 경력은 교수 임용에 가산점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앙대와 같은 명문대에서 전공강좌를 맡는 것은 시간강사 개인에게도 매력적인 카드다. 과연 전공강좌 확대를 위해 대학본부와 각 학과가 취한 노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지금 학생들이 세계적인 석학의 강의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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