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9시. 경제학과 07학번 A씨는 수강신청을 위해 집 근처 PC방으로 향했다. 며칠 전부터 친구들에게 수소문해 동네에서 가장 빠르다는 PC방을 알아둔 참이었다. 사실 수강신청 명당으로 잘 알려진 학교 PC실에서 수강신청을 하고 싶었지만 지방에 살고 있는 A씨에게 방학 중 학교에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컴퓨터 시계가 10시 정각으로 바뀌자마자 빛의 속도로 클릭해봤지만 장바구니 페이지는 뜨지 않았다. A씨는 초조한 마음으로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고 또 눌렀다. 수십번의 시도 끝에 겨우 수강신청을 시작할 수 있었지만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과목 중 절반은 실패했다.

 A씨는 텅 빈 시간표를 채우기 위해 학과사무실에 찾아갔다. 전공과목을 꼭 들어야 한다고 사정해 봐도 강의실 수용 인원이 초과돼 여석을 더 열어줄 수는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학과조교는 “정 그러시면 영어강의 들으세요”라고 말했지만 A씨는 어학연수를 다녀온 동기들이나 외국인 학생들과 경쟁할 자신이 없었다.

 졸업을 1년 앞둔 A씨는 전공학점이 졸업 기준에 못 미치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떻게든 전공학점을 채워야만 했다. 중앙인 커뮤니티에 글을 남겨 수강을 포기할 학우는 없는지 찾아봤지만 헛수고였다. 휴학하는 동기의 강의를 넘겨받기도 했지만 한 과목만으로는 부족했다. 결국 A씨는 휴학을 택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원하는 수업도 듣지 못하는 현실에 입맛이 썼다.

 회계학과 09학번 학생인 B씨는 심화전공이 부담스러워 복수전공을 신청했다. “복수전공이나 부전공 수강신청은 지옥과 다를 바 없다”며 겁을 주는 선배들 때문에 수강신청 전날부터 학교 PC실에서 밤을 샜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수강신청은 단 1분 만에 종료됐다. 오전 10시 1분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위너’와 ‘루저’는 1분 안에 판가름 났고, 안타깝게도 B씨는 ‘루저’였다. 단 두 자리씩 밖에 배정되지 않은 ‘복연(복수·연계전공)’ 수강신청은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수강신청에 실패하자 B씨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무리 계산해 봐도 이대로라면 8학기 내에 졸업하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B씨를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자과 학생들이 신청하지 않고 남겨둔 여석이었다.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남아있는데 그 기회가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못내 억울했다. 여석 통합은 언제쯤 이뤄지는지 물어보려 복수전공 학과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더니 “여석 통합을 꼭 해줘야 된다는 교칙이라도 있느냐”는 냉랭한 답변이 돌아왔다. 타과 학생에 대한 차별인가 싶어 서글픈 마음마저 들었다.

 부전공 수강신청에 실패한 선배와 함께 “수업도 못 듣게 할 거면서 복수전공, 부전공은 왜 받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해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결국 4년 내에 졸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B씨는 복수전공을 포기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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