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책이 진실을 이긴다’, ‘전쟁은 군주의 직업이다’, ‘관후함은 자기소모적이다’, ‘현명한 잔인함은 진정한 자비다’, ‘전통적인 윤리를 포기할 태세를 갖추어야한다’, ‘중립은 적을 만든다’

  이 모든 말은 『군주론』의 대목이다. 지독하게 부도덕하다. 관후함은 소모적인 것이고, 진실은 속임수를 이길 수 없다니. 자신의 권력을 존속시키기 위해 비열한 술책을 부리는 독재자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군주론』을 ‘술책를 전하기 위한 악마의 서적’이라고 욕하기 전, 그를 둘러싸고 있던 환경을 알아야 한다.

  마키아벨리가 이 책을 집필할 당시는 아직 기독교적 정치형태가 자리잡고 있었다. 기독교적 정치체계의 정점에는 교황이 있다. 권력의 정점에는 교황이 오롯이 서 있었다. 모든 군주는 성경의 말씀처럼 모든 국민을 사랑하고 성경의 말씀에 충실해야하며, 권력의 중심엔 교회와 성직자가 있었다. 『군주론』은 종교와 정치가 합일되었던 구시대적 정치체계를 분리하는 이른바 ‘근대정치’의 출현이었다.

  마키아벨리의 서적이 권모술수로 가득찬 것은 당시 이탈리아의 상황과 맞물려있다. 당시 이탈리아는 걸렛조각처럼 분열된 채 힘을 모으지 못했다. 이탈리아 전체의 군대와 함선, 재화를 합한다면 다른 유럽국가에 밀릴게 없었지만 그 힘을 응집시킬 ‘군주’가 부재했던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이를 통감하고 이탈리아를 구원하고 과거의 영광을 일으킬 ‘군주’를 열망했다. 따라서 이 책의 권모술수는 ‘군주의 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함’이 아니다. ‘이탈리아를 하나로 모아 신민과 국가를 강건히 지켜낼’ 강력한 군주를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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