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육부 학생들은 졸업 후 프로에 지명받지 못하면 진로가 다양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1월 ‘농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중앙대 농구부 3인방으로 불리던 오세근, 김선형, 함누리 선수가 1라운드에서 1,2,4순위로 지명되며 프로 진출에 성공했다. 작년 ‘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김명성 선수와 정진호 선수가 프로로 진출했다. 특히 롯데는 김명성 선수에게 계약금으로 1억 8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안겨 주었다.

  하지만 최근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선수들은 중앙대 내에서도 야구 2명, 축구 2명, 농구 3명에 불과하다. 매년 체육부에서 수십명의 졸업생이 나오지만 거액의 계약금은 고사하고 프로로 진출하는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신인들의 명(明) 뒤에 있는 드래프트에 선발되지 못한 학생들의 암(暗)을 다뤄본다.

선택받지 못한 자의 방황

중앙대 체육부에 있었던 박지원(가명) 씨는 졸업 후 스포츠 통계업계에 취직했다. 그는 졸업하기 전만해도 언제나 운동만 열심히 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드래프트에 선발되어 프로무대에 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졸업한 이후 자신을 불러주는 구단은 없었다. 4년 동안 운동만 해왔던 그가 고스펙으로 무장한 일반 학생들과 경쟁해서 직장에 취직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스포츠 통계업체에 취직하긴 했지만 지금도 영어를 잘하는 다른 직원들을 볼 때면 4년 동안의 대학 생활이 아쉽게 느껴진다.
 

역시 중앙대 체육부를 졸업한 오진혁(가명) 씨는 지금 군복무를 하고 있다. 그는 팀의 성적이 좋진 않았지만, 개인 기록이 좋았기 때문에 프로 팀의 지명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팀 성적이 좋지 않은데다가, 군문제까지 걸린 대학 선수를 데려가려는 구단은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지속해온 운동 대신 다른 길을 찾아볼 여력이 없었다. 프로 구단의 입단 테스트도 받아봤고, 미국 야구 리그에 도전해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가장 큰 핸디캡인 군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현재는 공익 근무와 몸 만들기를 병행하며, 다시 한번 프로무대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운동이라는 끈을 놓지 못하는 그들

  현실적으로 드래프트에서 선발되지 못한 학생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춘 일반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진로는 계속 운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거나 자신들의 전문성을 살리는 방법이 밖에 없다.

 우선 계속 운동을 하고 싶다면 프로에 재도전하거나, 아마추어 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방법이 있다. 농구의 경우는 2군 드래프트를 통해 2군에 몸담을수 있다. 축구부 선수들은 K리그의 하부 리그 격인 내셔널 리그라고 불리는 K2리그 혹은 K3리그에 진출하기도 한다. 야구는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다른 종목에 비해 좁은 편이다. 프로 팀도 8개 팀에 불과하고, 실업 팀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 선수들은 현실적으로 프로 구단이 실시하는 공개 입단 테스트에 도전해서 신고 선수로 입단하는 방법과 사회인 야구를 하는 방법 뿐이다.
 

 운동을 지속하기 방법 외엔 체육부 학생들만의 전문성을 살리는 방안이 있다. 스포츠 강사 자격증을 따거나, 대학원에 가서 진학하는 식이다. 또한 유소년 클럽이나 중고등학교 코치, 피지컬 코치, 감독 등 지도자의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대학 졸업생들은 군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드래프트에서 선발되지 않는다면, 그 이후 진로에서 많은 제약을 받기 된다. 또한 이러한 자리는 대부분 저임금, 비정규직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지니고 있다.

운동 밖에 모르는 기계로 만드는 현실

 근본적으로 고질적인 한국 체육계의 병폐가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 운동부 선수들은 언제나 쉬지 않고 운동만 한다. 학점, 자격증 등 일반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스펙을 위한 공부는 운동부 선수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렇다보니 만약 운동부 학생들이 프로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원점에서 고스펙, 고학점으로 무장한 학생들과 생존 경쟁을 벌여야한다. 익명을 요구한 체육부의 한 졸업생은 “졸업하고나니 체육만 한 운동부 학생들은 사회에서 스펙을 쌓고 영어 공부를 많이 한 일반 학생들에게 밀렸다”며 “학교에서 이런 준비를 제대로 못했다는 게 너무나 아쉬웠다”고 말했다.

  조용찬 교수(스포츠과학부)는 “우리나라 학생 선수들의 학업이나 훈련 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졸업까지 대다수 학생들은 정상적인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제 2의 삶에 대한 준비가 미비하다”고 말했다.

체육부 학생들도 공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연세대 모델이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연세대는 2007년부터“대학스포츠 정상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운동부 학생들도 정상적으로 학점을 이수할 수 있게끔 수업을 개설했다. 훈련은 3시 이후에만 가능하게끔 하고, 3시 이전엔 운동부 학생들도 수업에 참가시켰다. 또한 대학원생을 수업 출석 감독관으로 두기도 했다. 이러한 연세대의 노력은 많은 성과를 낳았다. 기존의 운동부원들의 진로와는 달리 계속 공부를 해서 교사로 가는 학생들도 나왔다 또한 일반 기업에 취직하는 학생도 나타났다. 연세대 체육위원회 이영섭 팀장은 “운동부 학생들도 학습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체육부 학생들의 진로도 다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중앙대도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이라는 차원에서 오전에 체육부 학생들을 위한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또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 위해 방학 기간에 계절 학기 수업을 개설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경기가 있는 경우에는 제대로 수업에 들어가지 못한다. 게다가 출석 여부도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설경덕 교수(스포츠과학부)는 “운동부 선수들은 운동을 많이 하는게 자신들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인식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기보다는 운동을 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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