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생물학적 유추에 의해 인간과 사회를 관찰하는 사실주의 방식을 확립하고 그 개념을 널리 확산해 사실주의자의 시조이자,
플로베르, 절리 도스토예비스키 등의 자연주의의 선구자로 문학사에 기록되고 있는 발자크가 올해로 탄생 2백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그의 책 ‘고리오 영감’이 믿음사의 세계문화전집 18권으로, 더구나 장기간 발자크 문학에 관심을 보여오던 박영근 교수(문과대 불어불문학과)의 번역으로 새로 꾸려졌다.

‘고리오 영감’은 파리 생활의 정경에 속하는 작품이다. 1810년에서 1835년 루이 필립 치하의 복고왕정을 겪고 있던 당시의 프랑스 사회,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던 모든 양상을 샅샅이 담고 있다. 특히 당대의 ‘거물’이었던 돈과 배금주의에 대한 그의 관심은 그의 작품들 곳곳에서 드러난다.

“호적부보다도 더 완전히 당대인의 생활을 기록할 것”을 천명한 발자크로 인해 미남미녀간의 연애, 풍류로만 채워졌던 프랑스 소설은 일대 비약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고리오 영감’에는 발자크 소설 기법 가운데 가장 새롭고 독창적인 ‘인물 재등장법’이 나오는데 이는 완벽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인물들을 다시 등장시키는 방법. 이 소설을 계기로 발자크는 대표작 ‘인간의 희극’에서 2천명의 인물을 등장시키는 등 고리오 영감에서 사용한 인물 재등장법을 평생 즐겨 사용하였다.

박영근 교수는 발자크의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러한 ‘인물 재현법’과 오직 당대에 속한 사회와 인간에 현실에 주목, 사실적인 것을 현실의 시간으로 맞추어 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그의 ‘근대성’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근대성’의 정점에 고위층이 아니라 살아 꿈틀거리는 ‘대중’이 있음은 세상이 두번 바뀐 영겁의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발자크를 기억하게 해주는 요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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