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 탈정치화. 오늘날 대학사회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이제는 식상함을 넘어 당연한 이야기가 됐다. 파편화된 개인은 정치 활동에 무관심하고 자신의 앞길을 헤쳐나가기 바쁘다. 그런데 누구도 이를 두고 나서서 말릴 수도 없는 상황. 암울하지만 현재 우리 대학사회의 자화상이다. 탈정치화는 비단 여의도 정치에 대한 무관심만을 일컫는 게 아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부에도 해당된다. 총학생회와 단과대 대표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연을 맺고 있는 과학생회 대표가 누군지 모르는 일도 다반사다.

  무관심 속에서 학생자치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학생회가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풍문을 두고 성급한 진단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중대신문이 조사한 ‘최근 5개년간 단과대 및 학과 학생회장 선거 결과’가 이를 반증한다.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 98건 중 단독 출마가 86건으로 약 88%에 달한다. 각 학과 학생회장 선거도 비슷한 양상이다. 같은 기간 동안 열린 390건의 선거 중 단독 출마가 343건으로 약 88%를 보였다. 심지어 후보가 없는 경우도 2건이나 발생했다. 그야말로 ‘무혈입성’이다.

  물론, 단선이 ‘악’은 아니다. 그러나 학생회장 출마가 ‘빈칸을 메우는 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은 문제의식을 가지기에 충분하다. 단과대 학생회장 선거에서 후보등록 기간을 연장한 일은 총 98건의 선거 중 18건으로 약 18%에 달한다. 다섯 번 중 한번 꼴로 후보등록 기간을 연장하고 나서야 선거가 치러지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본래 선거기간 당해까지 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익년 3월에 선거를 치르는 일도 11건으로 약 11%를 나타냈다.

  전·현직 학생회장들이 토로하는 아쉬움은 비슷하다. 학생회 운영자금 부족, 학업 공백 발생, 학생들의 무관심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삼중고를 이겨내고 학생회를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선 학생회장 개인의 희생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민주사회에서 리더에게 필요한 자질 중 하나가 희생정신이라지만 현재의 조건은 가혹하다. 학생회 대표가 아니라 종교인을 바라고 있는 건 아니지 자문해볼 때다.

  대표로 나서는 학생이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현재의 보상체계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희생이 뒤따르지만 보상이 확실한 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한번쯤 학생회장 자리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다양한 공약을 들고 나서는 이가 등장할 것이다. 봉사학점을 준다든지, 봉사 장학금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지방자치제 기초의원도 각종 명목으로 현실화된 수당이 지급되는 시대다. 학생 대표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아마추어 봉사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자. 그만큼 현재 위기는 심각하다. 그 동기야 어찌됐든 유권자가 감시와 질책의 목소리를 전하려할 때 등 떠밀어 시작한 대표보단 자발적으로 나선 대표가 책임의식을 더 크게 가질 수 있다.

  유권자인 학생들의 참여도 동반되어야 한다. 학생자치의 시작이라 할 과대표 선거는 박수치고 마무리하기 바쁘고, 공식적인 의사소통 창구인 학생총회는 나몰라하면서도 인터넷에서 푸념만 해선 곤란하다. 커뮤니티는 소통을 위한 보조수단일 뿐이다. 한 국가의 정치수준은 국민의 정치수준을 반영한다고 한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자치의 현주소는 우리 학생들의 정치의식을 드러내는 지표다. 학생대표를 질책하기 전에 자신이 학생자치를 위해 손수 나선 일은 무엇인지 되돌아보자. 곧 학생회 선거가 시작된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비판하며 성숙된 민주시민의 자세를 학습할 기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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