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학생의 가장 큰 이점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해? 영어 공부? 스펙? 이력서에 쓸 만한 경력 하나 정도 될 수 있을까? 내가 굳이 수많은 나라들 중에 아프리카에 있는 대학을 선택한 건 바로 지리적 이점 때문이었어. 일단 아프리카 대륙으로 떠날 구실을 마련하기만 한다면, 예기치 않은 모험의 기회들이 제 발로 나를 찾아올 거라 믿었거든.

 

  밀려오는 과제의 압박과 바쁜 중간고사 일정이 끝나고 9월 27일부터 일주일간의 mid-term break가 있었어. 열 세 시간 버스를 타고 짐바브웨까지 올라가서 세계에서 제일 큰 폭포인 빅토리아 폭포까지 갔어. 살면서 그런 운이 따른다면 다시 한 번 꼭 가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풍경이더라. 여기, 사진 보이지? (‘김보람 씨와 룸메이트가 빅토리아 폭포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런 설명이 실릴까? 내 글이 실린 첫 번째 신문을 후배가 여기까지 보내줬는데 사진에 그런 설명이 있더라. 내 독일인 룸메이트가 신기해하면서 신문을 달라고 하도 졸라대서 선물로 주고 말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중대신문!)

  빅토리아 폭포를 짐바브웨에서 관람했다면 빼놓지 말고 들려야 할 명소. “Shoestring.” 국적을 불문하고 수많은 배낭 여행객들이 찾는 캠핑 장소야. 여기서 한국을 떠난 지 12주 만에 한국인도 만났어. 밤마다 엄청난 양의 맥주를 마시다가 친해진 인도계 미국인 네보와 6년 째 여행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인 라라를 만나 남은 일주일 동안 함께 동행 하게 됐지. 코끼리 천국인 쵸베 국립 공원을 거쳐 오코방코 델타로 유명한 마운까지, 열흘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더라. 9월 30일 목요일은 보츠와나 독립 기념일이라 배낭 여행객들 숙소마다 엄청난 파티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한 풍경이었지만) 각국에서 온 백인들이 보츠와나의 독립을 기념하느라 진탕 술에 취했어. 그리곤 새벽 여명이 붉어질 때 즈음 각자 텐트로 돌아가기 전에 강을 보고 소리쳤어. “God blesses Botswana!”

 

  열흘 동안 우리는 시내에서 한국 돈으로 이만 원 정도 주고 산 텐트를 가지고 다니며 숙박을 해결했어. 요리를 할 때마다 남은 빵이며 쌀 봉지에 마크로 이름을 새겨야 했는데, 그때마다 라라가 썼던 문구. “Fabulous Mixing of Ladies.” 내 생각에는 아무도 주의 깊게 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라라는 어딜 가든 이 문구를 쓰느라 바빴지. 결국 마지막 날에는 잠비아에서 산 바지에까지 이 문구를 새겼어. 정말 각자 다르게 생긴 우리들. 폭포도 좋고 코끼리도 좋았지만 대단한 모험은 나와 다른 누군가들과 Mixing 되어 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더라. 너도 모험이 필요하다고? 이번 학기 교양 수업 팀플로 묶여진 저기 저 말없는 국문과 여자애를 알아가 보는 건 어때. 지루할 것 같다고? 모험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니까….

 

김보람(문과대 국어국문학  4 University of Botswana 교환학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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