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넉넉한 한가위 연휴를 맞아 한 주 멈추었던 학교 교정이 다시금 북적거리고 있는데, 어느새 억척스럽게 무덥던 여름이 물러나고 천고마비의 가을이 완연히 찾아들었다. 해맑은 가을날을 배경으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학교의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마주하게 된다. 산뜻한 생활관과 게스트 하우스가 뒷언덕에 우뚝 서고, 옛 정문에는 약학관의 신축건물이 차츰 위용을 보이고 있다. 이곳저곳 건물 올리고 새길 닦는 공사가 어지럽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학교의 상징이었던 청룡탕도 새롭게 단장되고 있다. 지지난해 새 재단법인이 들어선 이래 시작된 변화가 한창 진행중임을 손쉽게 느껴볼 수 있다. 그 변화를 반기듯 우리 학교의 수시지원율이 크게 올라 전국적으로 최고 수준을 보였다는 뿌듯한(?) 소식을 접하기도 한다.

  그런데, 외양으로 나날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우리 대학이지만, 그 변화의 방향과 방식에 대해 은근한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연봉제 도입과 교과단위 개편으로 요즘 대학개혁의 표상으로 떠오른 우리 학교이지만, 그토록 경쟁력을 강조하였음에도 대학순위 매기기에 재미 붙인 언론사들의 평가에서 쉬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학교 발전을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 법인이나 학교 당국으로서는 그 결과가 무척 실망스럽겠지만, 과연 우리 대학의 주어진 조건에 욕심내듯이 쉽게 순위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적잖다. 과감하게 단행된 학문단위 개편 역시 제2, 제3 캠퍼스의 확보에 대한 여러 소문들이 분분한 채 정원배정과 공간배치를 둘러싼 혼란을 가중시키는 듯하다. 이에 더하여, 식당 길목에 내걸린 어느 제적생의 대자보는 학내 구성원들 사이의 깊은 불신과 갈등을 드러내고 학교당국의 개혁방식에 있어 소통과 관용의 민주적 리더십 부재를 탓하는 듯한 씁쓸함을 안겨준다. 한편, 교수들은 업적쌓기 경쟁과 연구비 수주에 바삐 내몰리다보니 예전처럼 제자들을 챙기거나 동료교수들과 어울리는 정겨운 대학문화가 사라지는 듯하여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학생들은 상당한 부담의 학비를 내면서 ‘대학 낭만’조차 잊으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가고픈 일자리는 적고 경쟁해야 할 취업지망생이 넘치는 청년노동시장의 현실속에서 불투명한 취업전망에 가위눌린 모습들을 보여주는 듯하여 애달픈 생각이 들곤 한다.

  오늘도 우리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뛰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눈앞의 성과에만 연연하여 대학다움을 잃어가는 듯한 걱정스런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한가위 연휴때 탐독하였던 미국 근본주의 학자 스콧 니어링(Scott Nearing)의 책에서 “대학은 진실을 배우고, 진실을 가르치고, 사회에서 진실을 구현하는 데에 일조해야 한다”는 문구가 가슴깊이 파고든다. 대학순위 경쟁, 업적 경쟁, 취업경쟁으로 우리 모두가 진리탐구의 대학가치를 잊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가을날의 맑고 푸른 하늘아래서 문득 우리 대학의 창학정신, “의와 참”을 다시 떠올려본다.

 

이병훈 문과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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