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세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세상에 자신을 맞추는 사람, 바꾸려고 하는 사람, 거부하는 사람. 첫 번째는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류로 취업 혹은 대학진학을 위해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려는 학생들이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는 소위 진보적이라 지칭하는 사람들, 세 번째는 스스로 세상을 왕따 시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칫하면 스스로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첫 번째는 자기 합리화, 두 번째는 목적주의, 세 번째는 회의주의다. 이 중 두 번째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있다.

  얼마 전 중앙인 커뮤니티가 한참 시끄러웠다. 소위 ‘붉은 도서관’ 논란 때문이다.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진보신당에 가입한 A학생이 중앙도서관의 ‘희망도서신청’ 제도를 ‘붉은 도서관 캠페인’이라는 목적에 이용한 것이다.

  ‘붉은 도서관’이란 특정 정치적 성향을 띈 책들이 가득한 도서관을 말한다. A는 중앙도서관도 붉은 도서관으로 만들자며 진보신당 클럽에 캠페인을 제안했다. 그리고 구체적인 실현방안으로 도서관의 ‘희망도서신청’ 제도를 예로 들었다. ‘희망도서신청’은 학생이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도서관에서 무료로 구입해주기 때문이다. A는 실제로 이를 이용해 많은 양의 책을 무작위로 신청했다. 이것이 타 학생들에게 알려져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A는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잘못된 수단과 방법을 택했고 그에 대한 대가는 비난이었다. 이를 알게 된 많은 학생들은 A의 이러한 태도를 비난했다. 비난은 A가 가입한 당으로 이어지고 곧 그가 신청한 책들에까지 도달했다.

  여기서 우리는 A의 태도는 잘못됐을지 언정 그가 신청한 책들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한다. 그가 신청한 책들도 엄연한 사회과학도서이며 이들 중에선 학문적 가치가 뛰어난 책들도 있다. 이 책들이 나쁘게 보인다면 A의 잘못된 태도로 인해 생긴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모든 책들에 이념이 없는 책들은 없으며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받아들일 것이냐에 따라 그 책은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건 한번 생긴 선입견을 없애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 선입견이 도서관측에도 생기진 않을까 우려된다. 다른 학생들이 이와 같은 도서를 신청하고자 할 때 진보적이라는 이유로 제약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도서관 측에서 중앙인 커뮤니티에 ‘붉은 도서관 만들기’에 관한 글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고, 관련 서적들의 신청 및 구입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여기서 말하는 ‘관련 서적’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의문이 생긴다.

  도서관에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책들이 구비되어야 한다는 점은 누구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도서관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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