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대신문을 읽을 때마다 고맙고 기특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모교의 설립자이신 승당 임영신 여사가 만년에 쓴 친필 제호가 그것입니다.

  44년 전인 1966년 법정대 신문학과 신입생 시절부터 눈에 익은 그 제호가 아직도 중대신문의 제호인 것이 이제는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저도 학창시절에는 철없는 생각에서 제호가 저명한 서예가가 쓴 좀 더 세련된 필체의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서울대의 ‘大學新聞’이나 연세대의 ‘연세춘추’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보면 승당의 필체에서 학생들을 아들 딸처럼 생각했던 그의 교육정신이 살아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힘과 정성을 모아 붓글씨를 쓰는 승당의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지난 40여년 사이 우리 사회는 변했고, 일간신문들도 CI작업입네 뭐네 하면서 제호의 글자체나 디자인에 많은 변형을 시도했습니다. 글자체만이라도 원형을 유지하는 신문은 ‘朝鮮日報’, ‘東亞日報’ 정도입니다.
그런 안팎의 시류변화 속에서도 의젓하게 제호의 원형을 지켜가는 후배들의 모습이 듬직한 것은 그 속에 역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승당의 정신과 함께 중대신문이 영구히 발전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생각나는 것이  신문학과 실습신문인 ‘새 철필’입니다. 승당은 당시 ‘새 철필’에도 친필제호를 주셨습니다. ‘새 철필’은 철필이 필기도구 왕자의 자리를 볼펜과 컴퓨터에 넘겨 주는 시대와 함께 명맥이 끊어졌겠지만 중앙대 역사의 일부분으로 기억됐으면 좋겠습니다.

 

임종건 동문 (前 서울경제신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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