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강사다. 학생들은 나를 ‘교수님’이라 부르나, 나는 그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도 아니며, 그만한 대우를 받고 있지도 않다. 대부분 내가 시간강사임을 알고 있으나, 적절한 호칭을 찾지 못해 ‘교수님’으로 부르고 있을 테다. 나는 현재 서울 소재권 대학과 경기도 한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고백하건데 이 수업은 선배가 그만두면서 내게 넘긴 것이다. 대부분 시간강사들은 인맥을 통해 강의를 얻어내며, 학과장 혹은 전임교수와의 인맥이 주가 된다. 줄과 빽이 없는 강사는 실력이 출중하더라도 대학 강사 자리를 얻어내기 쉽지 않다. 강의를 못 얻은 강사의 삶은 말 못할 정도로 곤궁하다. 강의를 맡았다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서울시 내 모 대학의 교양과목을 하러 집을 나선다. 시간당 4만 5000원의 강의료, 3시간 수업을 끝내면 얼른 짐을 챙겨 두 번째 강의가 있는 경기도의 모 대학으로 이동한다. 이렇게 하루에 두 강의가 잡혀있는 날이면 수업과 이동만으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교통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시간강사들은 먼 거리를 감수하고 출강하러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권 소재 대학은 4만 5000원, 현재 내가 수업을 나가는 대학의 강의료는 3만원 선으로 교통비나 낭비되는 시간들을 생각해보면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연구하는 분야에 대해 강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나마 강의조차 얻지 못해 고생하는 강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학교가 강사 재임용을 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기 때문에 이 연락을 기다리는 것은 학기마다 겪는 통과의례다. 이는 만약 연락이 오지 않거나 늦게 올 경우 다른 학교에 강의를 부탁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그맘때면 다른 학교에서도 강사가 모두 확정된 상태이기에 다시 기회를 얻기 힘들다. 이런 상황을 두고 강사란 교수라는 허울을 등에 업은 비정규직 노동자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시간강사라는 직업만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은 초보 강사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아직 경력을 쌓지 못한 나는 학원 논술강사를 겸업하고 있다. 특히나 방학은 시간강사에게 괴로운 시간이다.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강사는 방학 중에 정기적인 수입이 없어 12개월 중 4개월을 백수로 지내기 때문이다. 대부분 겸업을 하고 있는 사실이 학교관계자에게 알려져 선발에 차질을 빚을까 두려워 쉬쉬하는 분위기다.

  생계비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루일과. 그러다보니 개인적인 연구시간은 야간이나 휴일로 미뤄지고 연구는 더디게 진행된다. 하지만 수업시간은 내게 가장 즐거운 시간이기에 수업준비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한 가지 꿈을 꿔 본다. 교·강사들이 강의시간에 맞춰 대학을 전전하는 내 모습이 아니라 처우가 개선돼 여유를 가지고 양질의 수업과 높은 수준의 연구를 준비할 수 있는 미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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