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벼랑을 거머쥔 솔뿌리여(백산서당)’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어떠한 메시지를 담고 있나

지난 67년 발족한 민족문제연구소(소장:백기완)가 재정난으로 작년 문을 닫게 되었다. 이번 책 발간은 통일문제를 꾸준히 고민하고 실천해온 연구소를 살리기 위한 데 있다.
또한 한국사회 전반에 좌절감과 패배주의, 극단적인 허무주의가 팽배하고, 알기(주체)가 상실되어 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통일문제를 올바로 제기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 책에는 희망과 통일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담아보고자 했다.

△최근 대학은 학부제나 교육부의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정책으로 인해 많은 변화에 직면해 있다. 그런 와중에 선생께서는 “대학사회가 많이 부패했다”라는 진단을 한 적이 있는데

학생들은 책, 강의실, 도서관에서만 학문상의 문제제기를 받아서는 안된다. 역사적 현실 속에서 문제제기를 받아야만 한다. 강의실에서 도서관에서 강단에서만 문제제기를 받는 것은 ‘절름발이’인 파행적인 학문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은 대학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점차 ‘속물화’되어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고 문제제기조차 받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오히려 잘못된 사회구조와 싸우기는 커녕 어떻게든 그 구조 속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것이다.
배우는 자는 역사적 현실 속에서 문제제기를 받아야 하며 모든 잘못된 세상구조, 문화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싸워야 한다.

△통일은 경제적, 정치적 문제이기도 하지만 50년 이상 서로 이질적인 사회에 생활해 온 민중들의 만남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통일 논의에 있어 중요한 것이 정체성의 문제이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정체성(identity)은 전통성, 동질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한민족은 5천년 동안 한반도에서 같은 삶터를 만들어왔다. 정체성은 바로 이 땅의 역사를 이끌어왔던 민족의 공통분모를 말한다. 공통으로 일군 역사, 문화, 보편적 염원성(찬우물 세계를 추구하는 것-즐기고 일하며 살고, 서로 뺏지 않고 어울려 사는 세상)이 바로 정체성이다.

△한총련이 학생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대학은 이렇다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IMF 이후 실업문제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이 앞서면서 80년대와 같은 통일에 대한 관심 역시 현저하게 줄었다. 학생운동의 한계와 대안을 말해달라

지난날 학생들의 운동은 민중운동의 일환이자, 역사의 한 줄기를 이루는 것이였다. 그러나 현재의 학생운동은 ‘학생 내부의 운동’에만 그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대학사회에 만연한 개인주의,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몸부림’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대중 정권은 50년만의 정권교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역사적 화해라는 명목으로 다시 역사를 거스르는 행위들이 자행되고 있다고 비판받고 있다. 통일정책·대북정책과 관련해 현 정권에 대해 말한다면

우선 대북정책, 햇볕정책이라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통일은 민족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지 남쪽 정부에서 또는 북쪽 정부 입장에서 보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대북정책은 ‘민족전략’으로 햇볕정책은 ‘민족적 햇볕전략’으로 바꿔야 한다.
통일은 추상적 민족문제가 아닌 분단 현실로부터 억압받는 민중이 해방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일운동을 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실에는 국가보안법이라는 장애물이 버티고 있다. 진정한 운동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없애는 것이 가장 절실하다. 그렇지 않고 통일을 말하는 정부는 정권의 안보를 위해 통일문제를 이용, 왜곡하는 것이다.
현재 김정권이 도입한 신자유주의는 ‘미국식 제국주의의 위장된 표현’이다. 현 경제인들은 ‘자유시장경제이론’이 세계사를 움직이는 핵심인양 논의하고 있지만 이는 세계의 경제질서 뿐만이 아니라 가치관을 몰락시키는 것이다.

△최근에 새로운 밀레니엄(천년)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새 천년에 대한 전망과 청년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국제독점자본, 자본주의 2백년의 지배세력, 상업주의 문명을 어떠한 경우에라도 용납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이러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을 언제나 안고 있다. 이를 수용할 경우 전 한반도는 썩어버린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사람이 일구는, 사람이 사람을 위하는 민중이 역사를 이끄는 세상을 위해 상업주의 세상을 극복해야할 시점이다. 이는 민족사적 사명이 아닌 세계사적 사명이라 할 수 있다.
‘역사가 요구하는 긴장’을 먹거리로 삼지 않을 경우에는 비정상으로 자라는 ‘발육부진’을 앓아야만 한다. 그 긴장을 먹고사는 젊음만이 역사와 함께 발전하는 젊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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