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아는 것이 힘’인 시대. 이러한 관점에서 ‘정보’는 유용한 차원을 넘어 힘이고 나아가 권력이 될 수 있다. 그런가하면 정보가 권력을 감시하고 차단하는 기능도 할 수 있다. 즉, 행정문서의 공개로 행정을 감시, 참가하고, 궁극적으로 ‘열린 정부와 국민에 대하여 행정이 그 설명을 실시하는 책무, 즉 국민주권’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우리 나라에서는 지난 97년부터 정보공개법이 시행
되었다. 이 법은 아시아 국가들 간에서는 최초로 제정된 것이며 세계에서 13번째로 실시되
어 정부의 ‘국민 권리 실천’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았
다.

97년에는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에서 요구한 12·12 및 5·18사건과 관련한
미국의 비밀문서가 검찰과의 첨예한 대립 끝에 법원이 민변의 손을 들어주면서 시민의 알
권리 행사에 힘을 실어주는 듯 했으나, 실시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뿌리깊은 비밀 관료주의
와 인식 미비로 정보공개법은 ‘빈 껍데기’, ‘빛좋은 개살구’ 등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19일 프레스센터에서는 참여연대(공동대표: 김중배외 2인) 주최로 ‘정
보공개와 참여민주주의’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단
장:최은순 변호사)의 발족 1주년 기념토론회로 마련된 이번 자리는 기조발제와 지정토론으
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사업단의 정보공개청구활동에서 드러난 현행 정보공개제도의 문제
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그 개선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그렇다면 정보공개제도가 허울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세미나에서 하승수 변호사(참여연대 정보공개사업단 실행위원)는 ‘법의 모호성과 행
정관료들의 인식 부족, 국민의 권리임에도 이를 자각하지 못하는 사고’ 등을 지적했다. 그
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공기관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주요 문서목록
이나 보존문서 기록대장이 당연히 비치되어 시민들에게 공개되어야 하지만 관료들의 인식
미비로 미흡한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공개정보와 비공개 정보는 분리하여 공개한다’는
원칙이 무시되고 있는 현 제도시행의 모순을 꼬집었다.

또한 하 변호사는 “비리등을 은닉
하기 위해 변형, 가공된 자료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자료공개는 ‘공개’가 아
닌 ‘비공개’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비공개 사유의 자의적 해석, 가구제 제도 미비로 인
한 비공개 결정의 남발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 지정토론에서 강명구 교수(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는 “이
러한 법 제정이 나오게 된 것은 정보 배포와 권력 방지, 사회적 의사결정을 합리화하는 수
단인 언론이 그만큼 존재성을 입증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며 미국의 경우 언론사 정보
공개 판례만 연평균 45건이 나오나 우리의 경우 한 건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언론의 정보
에 대한 무감각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강경근 교수(숭실대 법학과)는 한층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는 정보 공개제도에
대한 시민사회적 인식, 국가측의 과제 인식이 미비하다고 주장한다. 정보공개제도의 의의는
그것이 국가사회의 민주화와 직접 관련이 되므로 ‘행정감시’내지 환경 등 ‘공익목적’을
위한 정보공개 청구가 늘어나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정보공개가 개인의 권
익을 위해서만 이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는 정보공개로 행정감시를 통해 국민주권을
실현하자는 기본 취지에 벗어난 것. 시민사회적인 인식 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국가가 정보의 공개를 비공개사유를 들어 거부한 것이 전체 정보공개청구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적다고 하더라도 ‘어떠한 정보’가 공개거부되었는지 질적인 검토에 입각
한다면 이는 우려할 만한 수치”라고 강조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강교수는 ‘시민사회단체와 지역주민(단체)의 역할’을 강조한다. 또한
국가적 과제인식의 부분에 있어서는 ‘비공개정보를 정하는 문언의 특정화, 명확화’가 필
요하다고 밝히며 ‘정보공개를 행정의 부수적 사무로 생각하는 관료들의 사고 전환’을 촉
구했다.
하승수 변호사 역시 강경근 교수와 마찬가지로 ‘지역운동단체, 시민운동단체의 정보공개청
구운동의 활성화’를 강조하며 과다하게 책정되어 있는 열람수수료의 실비수준 조정과 특별
행정심판기구로서의 정보공개위원회의 설치 등을 제시했다.

‘투명한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서 정보공개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정보공개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이 아닌 ‘사회적 의사결정’으로 가는 과정에서우리 사회에 만연한 ‘밀실행정을
없애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실질적으로 형해화된 국민들의 주권행사’라는 데 있어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스스로 주인이 되고자 하는 시민 의식의 부족과 국가의 정보
공개에 대한 나태함이 계속적으로 지속된다면 이는 시민사회로 가는 발걸음도,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주춧돌도 아닌 무용지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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