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의 익사사고를 둘러싸고 한동안 말들이 참 많았다. 지성인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술 취한 채로 동아리 회장을 연못에 빠뜨려 죽게 했다는 사실은 정말 뉴스임에 틀림없었다. 이로 인해 대학의 문화와 학생들의 태도는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야 했고 마치 대학은 술로 시작해 술로 끝나는 알코올의 경연장인양 비춰지고 있다. 사실 이번의 일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고는 있어서는 안되며 이를 계기로 대학 내에서 존재하고 있는 그릇된 음주문화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 벌어지는 논의가 대학사회 전체를 편견의 연못으로 떠밀고 있다. 언론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대학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대동제나 동아리 등에 대해 폐지론 혹은 지도감독의 강화를 외치고 있다. 이러한 논리는 언론 스스로 대학문화를 비판하며 말했던 ‘집단적 새디즘’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상은 돌고 돈다고 했던가. 사회에서 불의와 비이성적인 사고가 고개를 들 때면 대학에 대한 통제가 제기되고는 한다. 5.18 광주영령에 대해 한번의 사과도 없는 학살자가 버젓이 민족의 화합을 거론하며 다니고, 독재자 박정희가 현직 대통령에 의해 민족의 지도자로 부활을 하는 세상에는 역사와 정의 앞에 어떠한 절대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적 이익에 취한 권력자에 의해 역사적 양심이 타협과 모순이라는 연못으로 내동댕이쳐지는데도 어느 누구 하나 이렇다 말을 못하고 있다. 더구나 이번 사고를 핑계삼아 대학의 동아리 등에 대한 지도감독의 강화를 논의하는 것은 과거 구정권 하에서 자행되었던 대학의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 할 수 있다.

대학문화, 특히 음주문화만은 다시 한번 곱씹어 보고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음주문화에 대한 개선노력 또한 대학인 스스로의 일이다. 시대가 변했다 하더라도 여전히 대사회적 건강성과 비판정신, 그리고 자유정신을 대학이 잃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대학인 스스로의 자생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만취한’ 언론이나 정치인 등이 대학의 건강성을 사회가 당면한 현안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 매개로 악용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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