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위, 2005년 준우승, 2007년 준우승, 2008년 준우승, 그리고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SK에게 아쉽게 패해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두산베어스. 어찌 보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자꾸 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우승이 없다. 남은 임기 2년 안에 꼭 우승을 일궈내겠다는 김경문 감독. 그의 파란만장한 야구인생을 들어보았다.

 

 

머리부상으로 방망이 실력 뚝!

-어떻게 야구에 입문하게 됐나요.

아버지가 스포츠 활동을 좋아하셨다. 8형제 중 막낸데, 아버지가 운동 하나씩은 꼭 하게 했다. 형제 중 수영, 탁구, 배구, 축구, 물론 야구를 택한 형도 있었지만 끝까지 한 형제는 나뿐이다.

-77년 공주고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당시 공주읍 처녀 우승이어서 난리가 났었다. 당시의 공주는 인구가 4만밖에 안되는 ‘읍’이라 현재 공주시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작았다.

-고교시절 머리부상을 입기도 했다지요.

머리 부상으로 한달여간 후유증에 시달렸다. 당시 고교수준에서는 실력이 꽤 있었는데 포수를 하면서 상대 타자에게 방망이로 몇 번 얻어맞았다.

-고의로 그런 것일 텐데요.

당시 크게 머리부상을 당한 적 있는데, 대전고와의 경기였다. 당시 대전고 교장이 구속되기도 했는데, 요즘 시대에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인터넷이 얼마나 발달했는데….

마누라 박철순. 내 말 안 들었다하면….


-OB베어스 시절에는 고교시절의 명성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머리 얻어맞은 것도 그렇고, 대학교 시절 허리부상으로 인한 디스크로 공격형 포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완벽한 수비형 포수로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박철순 선수의 공이 마음에 안들면 거친 언행을 하기도 했죠.

철순형이랑은 엄청 친하고, 동생 인순이랑도 고교 동창이기에 더욱 가까웠다. 또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다보면 부부와 같은 관계가 된다. 그런데 가끔 철순형이 내 사인에 머리를 흔든 적이 몇 번 있다. 10번 정도? 그 중 5번 홈런을 맞았다. 철순형도 그 이후부터는 나의 능력을 인정했다.

-현 KIA 조범현 감독과는 선수시절 라이벌이었나요.

라이벌은 아니었다. 서로 배터리(담당 투수)가 달라서 선발투수에 따라 번갈아가며 등판했다. 그리고 우리 둘 모두 수비형 포수라 크게 다른 역할을 할 수 없었다.

-현 SK 김성근 감독이 “둘 다 방망이를 더럽게 못쳤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허리도 안 좋고, 그래서 잘 못쳤던 것은 사실이다. 타율도 일반 포수에 비해 낮았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포수에게 타격을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찬스가 오면 대타를 쓰면 됐으니까.

-10년 프로생활을 마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죠.

2년 정도 예상하고 갔다. 1년 정도 영어를 배우고 나머지 1년은 미국식 야구에 대해 공부하려 했다. 그렇게 랭귀지스쿨에 다니며 미국식 야구를 많이 배웠다. 자비로 갔었는데 2년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베이징 신화, 그러나 한국시리즈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아홉경기 전승으로 금메달을 거머줬습니다. .

원래 목표는 동메달이었다. 예선전부터 동메달이라도 따서 젊은친구들 병역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었다. 그래야 야구도 편안하게 하니까. 상무도 있긴 하지만 선수들은 군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런데 한경기씩 하다보니 선수들이 잘 따라줬고 KBO 하일성 총장도 부족함 없이 도움을 줬다. 우승은 감독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스탭, 선수, 구단 모두의 하모니가 맞아야 된다.

-우승하기 전 욕을 무진장 많이 먹었죠.

결과가 잘 끝나 다행이지만 그 때 졌다면 아마 여러 가지 이유로 도마위에 올랐을 것이다. 갬태균도 뽑지 않고 병역미필자 위주로 선발했다고 욕 많이 먹었다. 우리나라는 시작도 하기 전부터 부담을 준다. 아무튼 9연승 우승으로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꼬마 팬들도 생겼다.

-2009년 플레이오프에서 또다시 SK에게 발목을 잡혔습니다.

SK를 뛰어넘으려면 선수, 감독 모두 노력을 해야겠지만, 패배는 무조건 감독 책임이다. 내가 남아있는 2년동안 두산베어스를 더 강한 팀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많이 연습시키고 있다.

-OB시절 동기인 KIA 조범현 감독이 먼저 우승을 거머쥐었죠.

우승 소식을 접하고 전화를 해 진심으로 축하를 했다. 사실 나도 한국시리즈에 몇 차례 진출했지만 아직 우승하지 못했다. 나도 꼭 우승 해보고 싶다. 두산베어스 팬들에게 내가 보답하는 것은 우승뿐이다. 내년이 감독 맡은지 7년째인데, 남은 2년 동안 꼭 두산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다.

-OB시절 동기와 감독이 맞붙은 이번 한국시리즈를 시청했나요.

안보게 된다. 사실 야구를 보는 것 자체가 지겹다. 지난 1월 전지훈련, 시범훈련 등 10월 달 모든게 끝나고 나면 허탈해지고 아쉬움만 남는다. 괜히 나 자신에게 상처줄 필요는 없다. 하이라이트로는 봤지만…, 야구로 밥먹고 사는데 안볼 수 있겠나?

-플레이오프 5차전 비가 내렸다.

조금 섭섭했다. 경기마다 ‘오늘 분위기 좋다. 우리선수들 컨디션 괜찮다’ 등 이런 걸 느끼게 되는데, 그때는 조금 아쉬웠다. 비가 그칠 줄 알았는데 그렇게 계속해서 쏟아질 줄 몰랐다. 그래도 날씨 탓하지 말고 실력으로 이겨야지.

-화수분 야구를 한다는 얘기가 많죠. 노력하는 선수를 중시한다는 말인데 감독님 선수시절의 영향때문인가요.

사실 한국 야구의 틀을 조금 깨보자는 생각을 했다. 정석적인 것보다는 욕 조금 먹더라도 정해진 룰이 없는 야구를 하고 싶어. 아직까지 우승을 하진 못했지만, 무명의 선수라도 열심히 한다면 감독으로서 기회를 줘야하는 것 아닌가.

-감독님 징크스가 있나요.

시합 전 인터뷰를 하면 안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시합 전에는 될 수 있는대로 차분히 있다가 시합을 해야지. 물론 감독이니까 미디어에 잘해야 하지만, 시함 전 인터뷰를 하면 조금 그런 게 있다. 선수들도 잘 안풀리는 것 같다.

-두산베어스가 특히 여성팬이 많습니다.

OB베어스 시절부터 잘생긴 선수들이 많아서…. 팬들한테는 무조건 잘해야 하지만, 특히 여성 팬들에게 잘해줘야 한다. 여성이 움직이면, 남자친구, 가족, 아이들 두루두루 경기장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가족과 함께 즐기는 야구를 만들고 싶다. 젊은 여성팬들이 많이 오니까 너무 보기 좋다. 시즌 중에 중대생들이 야구장에 많이 와줬으면 좋겠는데…. 연인끼리든 CC(캠퍼스커플)끼리든 두산 경기에 많이 왔으면 좋겠다.

-중앙대 재학생이 단체로 참가하기도 했죠.

당시 경기에서 이겼을텐데. 가끔 야구경기 보면 술 마시는 것보다 훨씬 좋다.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러니까. 스트레스 쌓이면 야구장에 좀 꼭 찾아왔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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