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막이 걷혔다. 문학이 날았다.

김규진 (한국외대 체코·슬로바키아어과 교수)

  2009년은 1989년 11월 10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와 이어서 도미노처럼 일어난 구 공산권 즉 소위 말하는 동유럽의 자유화의 20주년 되는 해이다. 공산권의 붕괴는 이들 나라의 사회생활과 문학,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거의 대부분 나라에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자유가 확립되었고 커다란 낙관주의 분위기가 팽배했다. 문학계에는 무엇보다도 출판과 언론의 자유 덕분에 90년대에 자유출판이 홍수를 이루었다. 소위 말하는 삼이즈다트 문학이나 해외 망명문학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독자들은 금단의 열매를 맛보고자 열광했다. 금지되었던 작가, 시인들의 작품이 수만 부씩 인쇄되어 팔려나갔다. 즉 90년대는 이민 및 망명 작가들과 반체제 작가들의 작품의 붐이 일어났다. 
  그러나 곧 그것이 환상임이 드러났다. 유명한 출판사들이 자만에 빠져 자신들의 사업을 과대평가해서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이리하여 자본주의 방식의 출판계에 대단한 혼란이 초래되었다. 세월이 지나면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출판사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였다. 몇몇 견실한 출판사들은 영광과 존경을 받았고, 어떤 출판사들은 자극적인 책과 쉽게 읽을 수 있는 싸구려 책을 출판하여 영업을 지속하였다. 책의 유통에도 큰 혼란이 초래되었다. 공산주의시대 때 당국이 독점적으로 주도했던 책 도매상이 퇴출당했고 그에 상응하는 조처가 즉각 취해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책 소매상도 독자도 찾고 싶은 책을 사기가 수월하지 못하게 되었다.
  공산주의 시대의 러시아, 체코를 비롯하여 동유럽국가 국민들은 독서를 많이 하는 습관이 있었다. 공산주의 몰락 이후 곧 책값의 급속한 상승으로 보다 손쉬운 흥미 거리가 독서층을 사로잡았다. 소비 지향적인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가 폭발적인 인기를 차지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양서의 출판이 저조했고 평범한 독자들의 구미를 맞추는 작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잡동사니 문학에 의해 질식하리라는 순수문학의 종말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나라에 따라 사정은 좀 달랐다. 체코의 경우 산문과 시는 상업주의의 압력에 쉽게 굴복하지 않았다. 소규모 책 출판이 유행하고 상당한 시인들은 자비로 시집을 출판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상당한 시집들이 특히 번역 시집들이 잘 팔려나간다. 이러한 새로운 조건 하에서 이데올로기적으로 당국의 비호를 받던 작가들은 대개가 성공하지 못했고 그 반대로 타이프 판으로 자기 시들을 친구나 친지들에게 유통시키던 시인들은 새로운 시적인 에너지를 발견하였다. 즈비넥 헤이다(Zbyn?k Hejda) ,에밀 율리쉬(Emil Juli?), 이반 디비쉬(Ivan Divi?), 카렐 쉬크탄쯔(Karel ?iktanc) 등 원로시인들의 시들이 호평을 받았다.
  벨벳 혁명 이후 몇 년간 이러한 유명한 시인들이 문단을 주도하는 듯하였고 포스트모던 입장의 젊은 작가들은 독자들을 얻기 힘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적인 예측에 곧 변화가 초래되었다. 새로운 세대가 적절한 자기확신을 가지고 문학에 침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표현방식을 가지고 문학 창작에 임했다. 이러한 신세대들이 대부분 카톨릭 인생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특이하다. 아이러니, 부조리, 그로테스크, 데카당 적인 태도와 표현 그리고 신비화를 가지고 시작을 하는 시인들, 시의 대가 이반 베르니쉬(Ivan Wernisch), 장난기 있는 요셉 히르샬(Josef Hir?al) 등은 문단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히르샬은 자기의 시가 출판될 수 없는 시절에 번역 불가능한 외국 시인들(크리스티안 모르겐스턴 등등)을 번역하여 재능을 인정받았다.
  산문이 영원히 독재사회의 사회적인 조건에 대한 비판에만 머무를 수는 없다. 독자들은 새로운 현실을 선도하는 산문 작가들의 도래를 고대하고 있다. 산문이 ‘적의 상실’로 주요한 창작의 자극을 잃어버렸다는 소리가 팽배했다. 즉 변화된 조건 속에서는 독재주의의 부조리에 대항해 싸우던 때처럼 그러한 비슷한 영감의 강한 원천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복할 수 없는 적이 우리들 내부에 우리들의 영혼 속에 맨 먼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평론가들로부터 가장 호평 받은 작가는 반체제 드라마 작가인 요셉 토폴의 아들 야힘 토폴(J?chym Topol)이다. 그의 작품들 중 ??누이 Sestra??, ??안젤역 출구 And?l exit??가 유명하며 후자는 영화화되었다.
  새로운 타입의 포스트모던 산문은 독자들에게 도전적이고 화자의 환타지에 따를 수 있는 독자를 요구한다. 이러한 경향은 소규모로 출판되지만 비평가에 의해서 높이 평가된다. 90년대부터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작가는 속하는 미할 비벡(Michal Viewegh, 1962. 3. 31일 생)이다. 특히 그의 ??개 같은 삶의 더 없이 행복한 해 B?je?n? l?ta pod psa??, ??체코에서 소녀 길들이기 V?chova d?vek v ?ech?ch??가 가장 많이 팔려나간 작품이다. 쉽고 가벼운 이야기로 독자를 사로잡기 때문에 그는 종종 문학비평가로부터는 혹독한 비평을 받는다. 그러나 그의 문학 기교와 아름다운 언어는 평가받을 만하다. 비벡은 나라가 개방되고 새로운 분위기에서 자란 가볍고 즐길 수 있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만났다.
  산문 작가, 정치 평론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에바 칸투르코바(Eva Kant?rkov?, 1930. 5. 11-), 산문작가, 문학연구의 작가, 번역가, 편집자인 다니엘라 호드로바(Daniela Hodrov?, 1946년 7월 5일생)는 전문분야로서 소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외에도 여러 작가들이 있지만 현재 체코에서는 기존의 산문 및 운문 작들이 꾸준히 인기가 있고 새로운 실험적인 작품들의 출현은 적은 편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전통적이고 쉬운 시나 운문을 즐겨 읽는 경향이 있다. 그 외에 기록문서나 회상록 문학이 계속해서 독자들의 인기를 끄는 것도 2000년대 체코문학의 한 경향이라 하겠다.
  슬로바키아는 1993년 체코와 분리 독립하면서 새로운 기운에 접어들었지만 이렇다 할 위대한 작가들이 등단하지 못하고 있고 옛 전통인 순수산문과 운문의 출판이 계속되고 있지만 비 문학적인 인기 작품들이 우세하고 있다. 루마니아의 경우도 비슷하며 특히 대중소설, 탐정이야기, 에로틱한 이야기가 성공적으로 출판되고 있다. 지난 20년간 폴란드 문학은 전통과 현재, “의무”와 “항의” 그리고 형의상학과 역사 상이서 세상에서 인간의 모험을 탐구하고 있다. 물론 사회전반적인 상업주의 사조 때문에 예술적인 것보다 상업적인 성공에 기우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어쩌면 전 동유럽의 보편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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