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 중앙대학교가 잇달아 화제에 오르고 있다. 나는 교수이기 이전에 우리 학교 동문의 한 사람이다. 1980년에 입학했으니 꼬박 30년 동안 우리 학교의 영광과 쇠퇴를 지켜보아 왔다. 

 동문들이 모여도 모교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고 싶어 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날이 추락하는 모교의 위상을 보고 속이 상하지 않는 동문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사회에서 더 이상 변수가 되지 못하는, 중앙대학교에서 중간 대학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자조가 확산되기도 했다.

 우리 학교가 추락하는 과정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학교 운영을 책임진 재단의 판단 착오와 무능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재정의 어려움은 두 번째 문제였다. 학교의 발전 전망을 제시하고, 그것을 현실화시켜나가는 리더십이 절실했다.

 예술대의 안성 이전을 결정한 1981년의 끔찍한 사건은 전망과 리더십을 결여한 경영진이 불러온 수많은 재앙의 정점이었다. 가더라도 왜 하필 안성이었을까. 안성으로 가더라도, 다른 대학들은 지방 캠퍼스를 만들며 의대나 치의대, 한의대 등을 하나씩 다 얻었는데, 우리는 그마저도 없었다. 한국 영화의 일 번지라고 할 수 있는 충무로 한가운데 있던 병원 건물을 공연영상 예술 분야의 경쟁 대학교에 팔아넘길 때는 눈물이 났다.

 그러한 지점에서 재단이 바뀌었다. 두산은 성균관대를 맡은 삼성과는 다르게 그룹의 총수가 직접 학교 운영의 전면에 나섰다. 또한 업종의 성격상 가장 강력한 추진력을 요구하는 두산 건설의 사장을 재단의 상임이사로 학교에 상주시켰다. 그리고 학교의 미래를 백지에서 다시 그리겠다고 선언한 이후로 박용성 이사장은 ‘구청문화강좌 폐지론’과 ‘신장개업 불가 전면개혁론’ 등을 내세우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모든 변화와 개혁이 선이 될 수는 없지만 우리 학교가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려 든다면 남아 있는 것은 몰락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현재 추진 중인 학문 단위 재편의 방향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겠지만 지금보다 나아지기 위해서는 학교의 틀을 완전히 새롭게 짜는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다 알고 있다. 그러한 새로운 판짜기의 대전제가 하남캠퍼스다.

 안성 시내 곳곳에는 중앙대학교를 비난하고 이사장과 총장을 성토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전 반대에 참여하고 있는 어떤 사람은 안 간다거나 일부만 옮겨간다고 하다가 기습적으로 가버리면 덜 소란스러웠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30여 년 전에 우리 학교가 했던 잘못을 되풀이 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1981년 예술대의 안성 이전을 추진하면서 재단은 교직원, 학생, 동문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비밀에 붙인 채 기습적으로 처리했다. 너무나 명백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생산적인 제안들조차 논의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지금 다시 안성을 떠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3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근원적인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재단과 대학본부는 앞으로 최소한 6~7년이 걸릴 이전 작업을 시작하며 안성 지역으로서도 더 나아질 수 있는 대안을 함께 마련하자고 정직하고, 진지하게 제안하고 있다. 이제는 중앙인 모두가 나서서 하남 캠퍼스 추진을 지연시키기 위해 이전 반대만을 외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 차례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우리에게도 기회는 결코 언제나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방재석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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