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환경의 오염과 파괴가 지구 스스로의 자정과 회복능력을 벗어난 지는 오래전의 일이다. 인간에 의한 지구환경의 파괴는 그대로 인류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미 드러난 지구환경의 위기의 주요 징후들은 프레온가스의 방출에 의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오존층의 파괴, 화석연료의 연소와 삼림파괴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증대와 이로 인한 지구온난화, 숲과 토양과 인간을 병들게 하는 산성비, 산업 및 생활폐수로 인한 하천오염과 폐기물의 투기로 인한 해양오염, 매일 적어도 1백40종의 동식물이 이 지구상에서 소멸되어 가는 생물종다양성의 위기, 매년 1천 7백만 헥타르에 달하는 엄청난 삼림의 파괴와 매년 6백만 헥타르에 달하는 토지의 사막화, 모든 생물의 목숨을 조여오는 핵발전소의 방사능 문제들 등을 포함한다.

자본주의적 산업화는 인간의 생존과 생활 그 자체를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맹목적 경제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끊임없는 자본축적과정에 의해 추동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시대적으로 주어진 자연의 제약조건을 능가하여 환경을 파괴·오염시키고, 급기야 자연의 일부를 이루는 인간의 생존과 생활 자체를 위기에 처하도록 했다. 자본주의적 발전과정에서 환경문제의 발생은 물론 국가간에 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산업혁명이후 초기 단계에서는 선진국들은 자국의 자본축적에 필요한 값싼 연료와 에너지원을 얻기 위해 식민지 쟁탈과정을 통해 후진국들의 자원을 무분별하게 채취, 수탈하고자 했으며, 이러한 희생을 대가로 자국의 사회적 부를 누적시킬 수 있었다. 후기 자본주의 단계로 들어오면서, 선진국들은 점점 심화되는 자국의 환경오염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양화된 공해산업이나 여기서 배출되는 폐기물들을 후진국들에 수출함으로써 환경문제를 국제적으로 확산시켰다.

한편으로 선진국들은 점점 심각해져 가는 지구환경문제와 다른 한편으로 자신이 세계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경제정치적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 신흥공업국들의 산업과 무역의 주도하에 지구환경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국제환경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주도하에 국제환경회의들이 빈번하게 개최되었고, 그 해결책으로 강력한 경제적 제재를 포함한 국제환경협약들이 체결되었다. 그동안 지구환경문제 발생의 주요 원인자라고 할 수 있는 선진국들은 이에 대해 실질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뿐만 아니라 자국에 유리한 국제환경협약이나 조치들을 설정함으로써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 및 환경주권에 보다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또한 자국에서 개발한 환경관련 시설과 기술의 수입을 요구하는 환경 제국주의적 성격을 노골적으로 보이고 있다. 세계질서는 선진국들이 당분간 세계경제적 헤게모니의 장악을 가능하게 할지 모르지만, 위기에 처한 지구환경을 구하기 위해서는 별로 실효성을 가지지 못할 것이며, 오히려 더욱 악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제환경협약들은 자국의 이해관계나 자본축적을 위한 명분이 아니라 진정으로 지구환경과 인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국제규범으로 설정되고 세계 각 국가들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냉전체제의 해체로 가능해진 군사비를 환경보전에 전용할 수 있도록 하고, 북반구 국가들의 환경기술들은 또 하나의 자본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남반구 국가들에게 무상으로 이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연의 보복은 일국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며 이에 대한 극복도 역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정부, UN 등의 일국 또는 기구적 차원에서의 노력 뿐 아니라 실제로 각국 민중들의 환경적 자각 및 실천과 더불어 국제 민간환경단체들의 연대활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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