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세기의 대학이 진리와 자유를 위한 투쟁을 했다면, 21세기의 대학은 인풋과 아웃풋으로 표상되는 서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모든 대학이 좀 더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고 육성하여 대기업 취업, 각종 고시 합격생 배출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 물론 중앙대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대는 이번 학기부터 교양 내실화의 일환으로 회계학을 필수교양에 포함시켰다. 중대신문 인터뷰(1673호, 1월 5일자)에서 박범훈 총장은 “경쟁대학을 추월하기 위해서는 학생 노력이 필수적이다. 올해 신입생부터는 회계학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계학 수업이 필수교양으로 바뀐 이와 같은 사안은 대학 본연의 임무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다. 대학은 사회 곳곳에 유력 인사를 퍼뜨리는 것이 아닌 성실히 진리를 탐구하고 가르치는 학술의 장으로서 건립됐다. 하버드대가 ‘VE RI TAS(진리)’를 교육이념으로 밝힌 것, 한국 여러 대학의 교육 이념에 ‘진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 필수교양에는 ‘영어 강좌’와 ‘쓰기·말하기’ 강좌가 개설돼 있다. 이는 계열을 막론하고 영어능력과 의사표현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식이 영어로 되어있는 지금의 현실에서 영어능력은 정보를 습득을 위해 그리고 학문연구 성과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또한 말하기 능력도 정확하고 효과적인 의사표시를 위해 필요하다. 만약 회계학도 모든 학문에 필요한 기초소양으로서의 역할을 한다면 이를 필수교양에 넣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회계학의 필수 교양화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회계학은 하나의 실용학문으로서 연구하고 학습되어야 할 분야이지 모든 계열의 학생들이 기초교양으로 이수해야할 학문은 아니다. 회계학을 해당 분야를 전공으로 반드시 이수해야하는 학생들과 그 분야 자체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이수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중앙대가 교양과목의 내실화를 명목으로 회계학을 필수교양에 넣은 일련의 과정은 대학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는 대학 스스로가 취업생 양성소로 변화하겠다고 발언한 것이다.

  중앙대는 대학 본연의 업무가 진리 탐구, 후학 양성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대학은 단순히 기업이 선호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쪽으로 대학을 바꿔나가기보단 기초학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참된 앎을 위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원해줘야만 한다. 그래야만 대학이 학문을 연구하는 연구기관으로 제 기능을 수행하고 여기에서 진정한 발전의 원동력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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