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느끼는 거지만, 정말 재미있는 난장판 세상이다.

‘대도’가 주장하는 대로 유종근 전북도지사 ‘서울관사’에 12만 달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 장관 집에서 수억 짜리 동양화를 훔쳤는지 어땠는지, 또 모 장관 집의 변기는 뒷구멍에서 나오는 뭣과 색깔 맞춰 황금으로 만든 거였는지 어땠는지, 우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그리고 또 확인해 본들 무얼 어찌 해보랴?)

하지만 최소한 다음과 같은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경찰서장이 됐건, 도지사가 됐건, 장관이 됐건, 아무튼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주체 못하게 돈이 따라붙어서, 은행이 아니라 냉장고며, 김치독이며, 텅빈 ‘관사’며, … 우리가 돈을 집어넣는 데라고는 상상도 못하는 곳에 뭉텅이 돈을 보관하고 계시다는 사실.
그렇게 돈을 키우다가 ‘대도’한테 당한 사람 가운데는 현 권력의 핵심인사들도 있다는 사실.

그리하여 경찰과 검찰은 감히 면허도 없이 남의 영역을 침해한 무면허 도둑을 응징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고 줄이고 엄폐하고 감추고 숨기고 했다는 사실 등등.

또 그리하여 문제는 결국 특허 받은 큰 도둑들의 얘기로 된다는 것 등등.

물론, 크고 작은 그런 도둑질은 전혀 새삼스럽지도 어제오늘의 얘기도 아니다. 새삼스러운 건 단지 어찌어찌 하다 보니까 그것이 재수없게 불거졌다는 것뿐이다.

특히 특허 받은 큰 도둑들의 일을 내가 얼마나 ‘당연한’ 것으로 간주하는가는, 아니 우리가 얼마나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하는지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지는 ‘개혁’이니, ‘사정’이니, 개가죽이니 오르가즘이니 하는 것에 대한 나의 판단을 수년 전에 ‘김영삼 정권의 개혁의 성격’ 운운하는 잡문으로 밝힌 바 있다. 여기서 그것을 새삼 되풀이할 필요는 없고, 수주일 전 한 정치학 강의실에서 있었던 어떤 실없는 문답을 소개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그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사실 무척 진보적인 인사인데도 전제해서는 안되는 것을 전제하면서 강의를 진행시켰다. “김영삼 정권의 ‘개혁’이 왜 실패했는지 아십니까?” 하고 말이다.

이는 당연히 정치하시는 분들이, 그리고 크게 보아 그들과 한패인 신문 방송쟁이들이 온갖 훌륭하고 근사한 말로 포장한 ‘개혁’을 ‘개혁’이라고 전제하고, 그것이 ‘왜 실패했는가?’를 묻는 부당한 질문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있었다. “교수님은 김영삼 정권의 ‘개혁’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것은 훌륭히 성공했지요.”

강의실이 잠시 조용해지더니 조그만 술렁임이 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런, 어이없다는 듯한 질문도 나왔다. “정말 김영삼 정권의 ‘개혁’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나요?”
사람 왈. “성공하고 말고요. 아주 훌륭히 성공했지요. 성공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예를 들어, 김현철 등이 수십억, 수백억 (아니, 사람이 간이 작았나? 큰돈은 상상도 못하나? 적어도 수천억일 텐데!) 이권에 관계됐겠습니까? ‘개혁’이니 뭐니 하는 것은 이전 권력으로 향하던 이권의 파이프를 새 권력으로 돌리는 그런 작업, 말하자면 ‘나와바리 싸움(구역 다툼)’ 아닌가요?”

너무 냉소적이라고요? 그러니까 당신들은 맨날 현실은 못 보고 “개혁하라! 개혁하라!” 자기 발등을 찍지요.

운동권도 많은 이가 목이 터져라 “개혁하라!”고 외친다고요? 거기에는 두 부류가 있지요. 뭐가 뭔지 모르고 자기 발등을 열심히 찍는 그런 부류와, 언젠가 ‘수혈’되어 ‘개혁’에 참가할 그렇고 그런 부류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열 받는 얘기겠지만, 이 큰 도적님들이 도적질 하는 거, 그거 별거 아니예요. ‘무노동, 무임금!’, 그러니까 “노동하면 노동한 만큼 준다”고 경제학 박사, 경제학 교수 등 온갖 나팔수 앞세워 조직적으로 사기치면서 수백조 수천조 등쳐먹는 거에 비하면 그거 조족지혈이거든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은 그거 조족지혈이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거 아니예요. 왜냐구요? 그들이야말로 그 수백조 수천조 등쳐먹는 거 유지하는 첨병 전위거든요. 독점자본의 정치적 전위부대라던가 뭐래던가? 아무튼 뭐, 그런 거 비슷한 거예요.
아참, ‘인권 칼럼’ 써 달라고 했나? 그런데 말입니다. ‘인권’ 문제가 그냥 생겼나? 크게, 조직적으로, ‘평화롭고, 질서있게,’ 그리고 가능하면 영속적으로 등쳐먹으려는데, 껄끄럽게 시비거는 사람들이 나타나니까 그거 짓뭉개 버리고, 그러니까 인권 문제 생기는 거지.

이제 ‘인권 칼럼’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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