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가을이 되면 누구나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하루의 시간들 속에
서도 자신과 이웃에 대해 보다 진지한 마음가짐으로 사색하는 시간을 간혹
갖게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을, 힘든 것보다
는 쉬운 것을, 영원성보다는 순간적인 찰나성을 더 좋아하고 사랑하는 생각
들을 갖게되었다. 공부도 복잡한 것은 싫어한다. 힘들고 어려운 것은 가능하
면 피해가려고 한다. 먼 앞날을 바라보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진로선택보다는
시류에 휩쓸리는 단기적 안목으로 모든 것들이 결정되어지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있는 것이다. 인간과 인간과의 사귐도, 정치풍토도, 국가의 경제정책도
모두가 이런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제어장치가 고장난 열차처럼 마냥 앞으
로 달려가기만 하고 있다.

단순성 속에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는 것을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간은 본래 하등 동물과는 다른 복잡한 사고력의 차별성을 갖고 태어
난 것이다. 단순성을 우상처럼 숭상하고 찬미하다보니 읽는 것보다는 보는 것
을, 정신적 아름다움과 내면적 조화의 만족보다는 동물적 말초신경을 자극하
는 퇴폐적인 음란외설 풍토를, 복잡한 규칙이나 예절이 갖추어져야 하는 놀이
보다는 가능한 한 단순한 규칙의 스포츠 등이 만연하는 세상이 되었는지도 모
르겠다. 사회문제화 되고있는 점증하는 치매현상도 이와 같은 시대적 단순성
의 기승과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원화되고 복잡한 사회라는
것에 대한 역작용으로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복잡성의 아름다움과 귀중함을 깨닫고 이를 통한 인간 고유의
본질회복을 위한 꾸준한 노력을 반드시 계속해야 하리라 생각한다.양약은 입
에 쓰다는 말과 같이 진정 한 개인 개인에게 힘이 될 수 있고 에너지원이 될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 당장 하기는 힘들고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그곳에 성공의
비결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덜 부담스럽고 쉬워 보이는듯한 일반 교양
과목들의 지나치게 많은 수강보다는 어렵고 힘들어 보이지만 충분한 전공분
야의 강의수강이 학생들의 장래에 좋은 양약이 되리라 생각한다. 쉬운 것들로
구성된 길은 결코 성공하는 삶을 향한 문으로 통하지 않는다. 남들이 하기 어
려워하고 가기에 힘들고 좁고 험난해보이는 것일수록 보다 값있고 보람찬 내
일을 향해 바르게 뚫린 길과 연해있다는 사실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영원성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말아야겠
다. 그런데 일시저장(temporary storage)했다 지우고 또 새로운 것을 자유자
재로 수록하고 할 수 있는 컴퓨터 문화가 발달한 때문인지 순간적인 찰나의 묘
미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이 오늘 이세대의 한 특징이 아닌가 생각된다. 찰
나성은 순발력이 있어서 좋을지 모르나 여기에 너무 젖어있으면 큰일난다. 이
것은 사람을 극도의 이기주의자로 만들기 쉽고, 간사하게 하며, 일구이언하는
자가 되게 하고, 신의를 헌신짝버리듯 버리게 할 뿐 아니라, 사회질서를 혼란
시키는 주범이 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전공분야선택, 학문연구의 방향, 취업진로, 배우자 선택, 친구와의 사귐 등등
어느 것이나 우리는 장기적 영원성을 갖고 임해야 한다. 우리는바르고 알찬 인
생의 결실을 맺기 위해 다시한번 보다 진지한 자세로 마음을 새롭게 하여 보는
귀중한 시간들을 반드시 가져봐야 할 것이다.

황 호 정<공대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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